[정종오의 기후변화 읽기]'바다 폭염'도 위험 수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9.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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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메인 만’의 온도는 1985~2012년 평균보다 붉은 계통의 색(온도 상승지역)이 더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사진제공=NASA]


[에너지경제신문 정종오 기자] 따뜻한 물이 많이 흘러 들면서 메인 만(Gulf of Maine)을 달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인 만은 미국 북동쪽 대서양 연안을 일컫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 사이트는 최근 "북미의 메인 만이 최근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여름, 전 지구촌에서 폭염을 경험했습니다.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폭염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40도에 접근하는 온도로 한낮의 풍경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밤에는 열기가 식지 않은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륙의 폭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데 ‘바다 폭염’은 잘 느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NASA 기후변화 측은 "대서양의 북서쪽에 위치한 메인 만이 2018년 1~8월까지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8월 8일 과학자들이 인공위성과 바다에 위치한 센서 등을 통해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메인 만은 그동안 관측된 온도 기록 중 두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52도를 보였는데 이는 2012년 가장 높았던 해의 온도보다 0.03도 낮은 수치에 불과했습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메인 만의 온도 상승 지역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대양 온난화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메인 만은 매년 0.06도 씩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구 전체 대양 온난화 평균보다 3배 이상 빠른 추세입니다.

앤드류 퍼싱(Andrew Pershing) 메인 만 연구소(Gulf of Maine Research Institute, GMRI) 책임 과학자는 "메인 만에 대한 정기적 데이터 측정결과 그동안 표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색깔의 온도 분포가 기록됐다"며 "이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 메인 만이 올해 얼마나 뜨거워졌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메인 만은 미국 지도에서 보면 코드 곶(Cape Cod)에서부터 노바 스코샤(Nova Scotia)에 까지 뻗어 있습니다. 이 지역이 중요한 이유는 북극과 멕시코 만류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데 있습니다. 북극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과 멕시코 만류에서 유래되는 따뜻한 물이 만나는 곳입니다.

전문가들은 메인 만의 온도가 상승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 번째로 전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양 온난화를 들었습니다. 이는 물론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전체 기온 상승을 말합니다. 두 번째로 그린란드와 북극 해에서 녹은 얼음이 이 지역의 해양 순환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과학자들이 두 번째 이유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퍼싱 박사는 "현재 북대서양 순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서양의 주요 해류 흐름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AMOC가 약화되면 그 부작용으로 멕시코 만류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메인 만에 흘러 들어와야 할 차가운 물은 줄어 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퍼싱 박사는 "다시 말해 메인 만에 따뜻한 물이 더 많이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후변화는 그린란드와 북극에서 녹은 얼음을 통해 해양 순환 변화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바다에서 따뜻해지는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진다고 큰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우선 해양 생태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칩니다. 최근 미디어 보도와 전문가 진단을 종합해 보면 이 지역에서 청어 개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따뜻한 물에서 주로 사는 병어와 오징어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강력한 힘을 얻은 것도 해수면 온도 상승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따뜻해지면 그만큼 허리케인의 영역을 넓어집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최근 전문가들은 앞으로 ‘등급 6’ 허리케인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내놓았습니다. 허리케인은 현재까지 강도에 따라 가장 낮은 1에서 가장 높은 5까지 등급을 정합니다. 이 보다 더 강한 ‘등급 6’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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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만은 북미의 북동쪽, 대서양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북극 해의 차가운 물과 멕시코 만류가 만나는 지점이다. [사진제공=구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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