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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8개월 만에 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 8일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이 출근 직후부터 롯데그룹의 경영 현안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 회장이 휘두른 첫 번째 칼끝은 당초 재계가 예상한대로 지배구조 개편을 향했다.
◇ 출근 3일차 신동빈, ‘알짜 케미칼’ 지주사로 편입
신 회장의 출근 3일차인 지난 10일, 롯데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그룹 석유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의 지분 23.24%를 양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금 결제일은 12일로, 전체 양수 금액은 2조2274억2863만3645원에 이른다.
재계는 롯데지주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돌아온 신동빈의 자신감’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초 재계 및 투자은행업계에서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롯데물산이나 호텔롯데,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롯데케미칼의 지분과 맞교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롯데케미칼 등의 지분을 순수 현금으로 매입할 경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롯데지주는 이런 예상을 깨고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자금을 활용해 롯데케미칼 지분을 양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더불어 롯데지주는 이날 보유하고 있던 롯데건설 주식 275만9808주를 롯데케미칼에 처분하고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내에서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첨단소재 등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3조 가까운 매출을 올린 롯데의 ‘알짜’ 회사다. 앞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유통과 식품 관련 계열사들을 거느리던 롯데지주는 이번에 화학 계열 회사까지 포괄하게 되면서, 재계 5위 그룹의 면모를 확고히 하게 됐다.
◇ 신동빈의 자신감, 호텔롯데 상장으로 고속주행하나?
이날 롯데지주는 이사회에서 발행주식 10%에 달하는 1165만7000주의 자기주식도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라지만 일각에서는 ‘대주주의 지분 가치 제고’ 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높여 지배주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포석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텔롯데의 지분 97.2%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계 투자회사 L1~L12가 보유하고 있으며, 호텔롯데는 롯데물산과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등의 지분을 다수 가지고 있다. 롯데지주로서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주주의 입김을 희석시키고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숙제로 꼽힌다.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해야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롯데지주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내년 10월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의 지분을 처분하고 12개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언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숙원사업이며, 반드시 이루어낼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