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기특한 것과 도움이 되는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21 09:56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실직한 가장이 어깨가 축 늘어져서 귀가했을 때, 어린 아들이 돼지저금통을 내밀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면 참 기특하고 갸륵한 것이다. 그러나 그 돼지저금통을 믿고 새로운 구직활동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기특한 것과 도움이 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해서 기특한 것에 의존하려고 한다면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된다. 

흙을 퍼야 하는 상황에서 어린이가 꽃삽을 들고와서 돕겠다고 나서면 기특하고 귀여울 것이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귀엽다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이번에는 친구 10명을 데려와서 꽃삽을 들고 설치면 이번엔 일을 방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특히 굴착기(포크레인)로 작업해야 할 만큼 퍼내야 하는 흙이 많은 상황에서 꽃삽을 든 친구 100명을 데려와서 돕겠다고 한다면 이건 흙을 파는데 도움이 되기 보다는 걸거치는 것이 많을 것이고 뒤치다꺼리하는 일이 더 많은 상황을 만들 것이다. 오히려 굴착기 작업을 할 수 없게 만들어서 일을 방해하는 꼴이 될 것이다. 

게다가 자기 편할 대로 몇 삽 뜨고 힘들다고 나가 자빠졌다가 또 어른들이 일을 좀 하려고 하면 또 나서서 자기가 한다고 나서면 이번엔 좀 밉기도 할 것이다. 

태양광 발전이 이 꼴이 아닌가 싶다. 적절한 규모로 적절한 지역에 설치되면 좋은 것이다. 특히 연료의 보급이 어렵거나 송전망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지역에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그런데 대형발전원을 대신하겠다고 나서면 좀 곤란한 일이 생긴다. 일단 태양광 패널의 개수가 많아지면서 산을 깎고 숲을 밀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당초에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저감하자고 한 일인데 산과 숲이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없애버림으로써 이산화탄소의 배출저감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또 산과 숲이 제공하던 다른 순기능을 없애기도 할 것이다. 

태양광 패널의 양이 많다 보니 폐기물도 많이 나올 것이다. 또 납과 같은 중금속도 패널의 수가 많아지면서 동시에 증가할 것이다. 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태양광 패널이 깨지거나 화재 등이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꽃삽을 든 어린이가 굴착기의 작업을 방해하듯이, 태양광 패널이 전력을 생산하는 동안은 다른 발전소가 그만큼 가동을 줄여줘야 하고 또 구름이 지나가서 태양광 패널에서 전력 생산이 줄어들면 다른 발전소가 가동을 늘려서 태양광 패널의 변덕을 보상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또 태양광 패널이 전혀 전력생산을 못하는 동안은 다른 발전소가 가동을 해야 하니 태양광 패널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발전소의 건설도 여전히 해야만 한다.

그 태양광이 너무 많아지면 이젠 다른 발전소 가운데 그 변덕(간헐성)을 잘 받아주는 LNG 발전소만을 건설하거나 이에 맞춰줄 수 있도록 전력저장장치(ESS)를 추가로 설치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우긴다. 그게 ‘대세’라면서... 

LNG 발전소가 늘어나면 당초 계획하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없을 것이고 미세먼지 등의 문제가 늘어난다.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들은 관련자의 연구과제와 일거리를 만들어주겠지만 누군가는 그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이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패널의 이용률은 15%에 불과하다. 즉 태양광 발전을 설치해도 85%는 다른 발전원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른 발전원이 원자력발전이 아니라면 결국 태양광 발전은 기존 발전원으로 배출하던 이산화탄소를 15% 정도 줄여주는 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을 설치하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니 원자력발전소 용량의 100%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게 되는데 15% 줄이는 방안을 열심히 추진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요한 것에 필요한 만큼 공급하는 것이 환경에 진정한 도움이 될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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