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회비 인상카드 '만지작'…체크카드 인기 높아질 듯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28 16:44
KT 화재로 카드결제 먹통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마케팅 관행을 손질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카드 연회비를 초과하는 수준의 서비스 제공이 곧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에 맞춰 연회비가 오를 경우, 연회비 부담이 없는 체크카드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금융당국 "카드 혜택 과도해…연회비 면제 이벤트 금지"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으름장에 당장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을 손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드사의 과다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줄곧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막는 걸림돌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사용으로 평균 1개월의 신용 이용 및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특히 포인트, 할인, 무이자할부 등 카드회원이 누리는 부가서비스는 회원 연회비의 7배 이상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사가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부가서비스 혜택을 환산하면 약 5조8000억원 수준인 반면, 카드 연회비는 8000억원에 그쳤다. 금융위는 "수익자부담 원칙을 감안한다면, 소비자가 신용카드 이용으로 받는 혜택과 비용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마케팅 비용을 조정해야 하는 카드사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도한 부가서비스의 축소를 위해 단계적 허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쟁력 강화 TF‘를 구성해 내년도 1월까지 부가서비스 축소 방안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카드상품 출시 전 수익성 분석 과정에서 해당 카드에 직접적인 수익과 비용만 감안하는 방식을 도입해 과도한 부가서비스 탑재 자체를 유도키로 했다. 현재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혜택은 무이자 할부, 할인, 포인트, 캐시백, 각종 이벤트 및 경품 제공 등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대부분 카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으로 기인한 것인데,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마케팅 비용을 지적한다면 자연스레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방안은 신용카드 연회비를 인상하는 경우다. 현재 대부분 카드사의 주력 카드는 다양한 혜택을 담고 있는 반면, 연회비가 5만원 미만으로 책정돼있다. 여기에 더불어 업계 경쟁 심화로 각 카드사 별 최초 신규발급 고객에게는 연회비를 100% 면제해주는 혜택 제공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금융위는 "각 카드사의 개별 법인카드 약관 및 법인과의 협약서에 초년도 연회비 면제 금지를 명시토록 지도하겠다"며 연회비 면제를 막기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 카드 소비자 "연회비 오른다면 신용카드 매력도 떨어져…‘체크카드’로 갈아타자"


카드업계의 마케팅 변화 예고에 카드소비자 역시 촉각을 곤두세운다.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더라도 연회비 인상은 카드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카드소비자는 "연회비 부담이 적어서, 혹은 첫 1년간은 연회비를 면제해주기 때문에 여러 카드사에서 복수의 신용카드를 사용했었다"며 "연회비 면제 혜택이 없어지고 가격이 인상된다면 주 사용 신용카드 한 장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해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저렴한 연회비에 익숙해져 있던 만큼 연회비를 인상할 경우 신용카드를 굳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 역시 존재했다. 연회비가 높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보다는 세액공제 혜택이 더 높은 체크카드만 사용하겠다는 것.

이런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큰 타격을 받는 곳은 기업계(삼성·현대·롯데) 카드사다. 은행 계좌와 연결돼 체크카드 발급 비중이 탄탄한 은행계 카드사(신한·KB·우리·하나)와 달리 기업계 카드사는 신용카드 발급량 대비 체크카드 발급량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회비 부담은 곧 신용카드 사용자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체크카드 사용자가 많지 않은 기업계 카드사는 영업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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