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올들어 3700억원 이탈...삼성그룹주펀드 대규모 환매
삼성전자, 반도체 업황 부진 등 악재
삼성운용, 나홀로 설정액 3조원 급증
미래에셋, KB운용, NH-아문디 등도 선방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한국투자식탁운용이 2018년도에 죽을 쒔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만 올해 3700억원의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부진한 삼성그룹주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경쟁사들이 증시 부진에도 설정액이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올해 자산운용사 47곳의 전체 설정액 추이를 조사한 결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환매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올해 들어 총 372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에만 집중 투자하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의 부진이 뼈아팠다. 이 펀드에서는 올해 들어 2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도 252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1(-1800억원),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 1(-102억원) 등도 대규모로 환매가 이뤄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으로 연초 이후 주가가 23.6% 급락한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대규모로 자금을 뺐다. 한투운용 측은 "올해 삼성그룹주 펀드 수익률이 좋았던 시기가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삼성그룹 관련 이슈로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설정액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자산운용(-2957억원), 멀티에셋자산운용(-2314억원), 한국밸류자산운용(-349억원) 등도 올해 들어 설정액이 급감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간판펀드인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 1’에서만 올해 들어 2368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올해 설정된 메리츠더우먼증권투자회사를 제외하고 메리츠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501억원), 메리츠코리아퇴직연금증권자투자신탁(-65억원) 등 대부분의 펀드에서 대규모로 환매가 이뤄졌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3조4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34개 운용사 가운데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은 곳은 삼성자산운용이 유일했다. 삼성코스닥150 1.5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969억원), 삼성코스닥150인덱스증권투자신탁(247억원), 삼성퇴직연금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80억원) 등 인덱스펀드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올해 국내 증시가 부진했던 만큼 기관들이 헤지 차원에서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하거나 증시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도 있었다"며 "ETF, 사모재간접펀드 등에도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1조9523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1조506억원), KB자산운용(7681억원) 등도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증권자투자신탁(251억원), 배당프리미엄증권자투자신탁(130억원) 등 액티브펀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액티브펀드에서만 73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하며 고전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올해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 등 연금펀드 수탁고가 1조원 넘게 불었다"며 "TDF 등도 설정액이 증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