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데스크가만난사람] "에너지정책은 국민적 아젠다,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31 11:06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용성 원장

▲조용성 원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



[대담=정종오 에너지부장, 정리=이현정 기자] "에너지정책은 국민적 아젠다가 된 만큼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흐름 속에서 더디더라도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이를 위해 정책의 내용과 효과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채널 강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 원장은 특히 "탈원전 정책의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전수주를 위해서는 정치·경제·외교 등 여러 분야를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또한 올해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구체적인 이행방안 마련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과 본지가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대만은 탈원전을 폐기했고 프랑스도 탈원전 비중을 줄이겠다고 했다가 번복했다. 탈원전에 동참했던 나라들이 입장을 바꾸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 대만과 프랑스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변화는 정치적 상황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는 원전에 친화적인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 이후 탈원전 정책 추진의 속도조절이 이뤄졌으며, 대만의 경우도 탈원전 탈중국 성향의 민진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탈원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환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2017년 10월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확인된 국민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지지로 보았을 때 탈원전 정책의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해외원전수출 성적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밀어붙이며 해외에서는 원전수출을 해, 자가당착이란 지적이 많다.


▲ 현재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원전은 APR-1400으로, 신고리 3-6호와 UAE 수출로 설계·시공 능력이 검증된 노형이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EU와 미국 NRC의 설계인증을 취득해 수출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국내 신규원전 건설부재가 원전수출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우디-미국의 외교적 관계,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적 수출전략 등 원전수출시장 환경이 상당히 복잡미묘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원전수주를 위해서는 정치·경제·외교 등 여러 분야를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원전수출성공을 위해서는 원전수출관련 금융조달능력 확대, 도입국 니즈에 맞는 패키지 딜 개발과 같은 여러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재생 분야에서는 최근 전력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업에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지만 국내에서는 한전이 독점한 전력시장 구조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해결방안이 있다면.


▲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공급 및 수요 측에서 모두 필요한 사항이지만 현재의 전력 판매시장의 독점구조 하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공급확대나 구매에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RE 100 캠페인에 기업이 동참하고 싶어도 한전 외에 다른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방법이 없는데다 전기요금이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보다 낮아 구매를 어렵게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를 통해서 다양한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소매시장을 자유화하더라도 재생에너지의 계통접속 문제, 그리고 전기요금체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따라서 재생에너지 공급과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전기요금이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보다 낮기 때문에 거래유인이 크지 않다.

현 시점에서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가 어려운 여건이라면 재생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발전사업허가(PPA) 계약이 가능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녹색인증서 구매, 녹색가격제 등을 시행해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해서 공급 및 수요 측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기요금 개편은 어떤 방향성으로 가야 하는지 궁금하다.


▲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은 모든 전력의 생산 및 공급 비용이 적절하게 반영돼 산정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전기요금에 이러한 비용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데다 과도하게 규제돼 외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가격신호에 따라서 소비의 조절이 가능한 방식으로 변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연료비구입 연동제는 연료가격의 변동이 소매요금에 반영돼 소비자들이 전력소비를 조절하도록 하기 위해서 시급히 도입돼야 하고 현재 용도별 요금체계는 용도별 원가회수율 차이로 인한 교차보조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용도별 교차보조 문제를 해결하고, 공급원가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는 전압별 요금제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에경연은 정기적으로 석유는 물론 천연가스 등 세계 수급동향을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공급 예측은 빗나가는 경우가 많고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이들 에너지원의 수요공급을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길만한 요소와 변수는 무엇이라고 보나.


▲ 국제 석유 시장의 공급 측면에서는 OPEC 산유국들이 생산량 조정 합의에 성공하고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동시에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세도 국제 에너지시장과 유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수요 측에서는 세계 경제가 올해에는 하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실현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다면 상당한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관련해 미·중 무역분쟁의 추이도 경기 둔화 여부와 속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 원장은 "올해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구체적 이행방안 마련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국제 천연가스 시장이 현재의 구매자 중심시장에서 2020년대 초반 공급자 중심시장으로 변경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 이후 가스공사의 장기 공급물량 계약 만료 등을 앞두고 있어 물량확보가 시급하다.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예상하시는지. 천연가스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 만료되는 장기계약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계약 체결은 중요하다. 그러나 일본,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스공사나 직수입자가 물량 인수를 보장해야 하는 장기계약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가스시장, 그리고 연계된 전력시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정부에서 명확한 그림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낮춰줘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소량, 단기계약을 선호하는 구매자와 대량, 장기계약 없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 LNG 프로젝트 추진이 안 된다는 판매자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 이로 인해 공급이 부족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도 자금력 있는 판매자들을 중심으로 신규 LNG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을 주시할 필요는 있다.


-천연가스 직도입 시장 확대 요구가 높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현재 제도 하에서도 수요 기업이 천연가스를 직접 들여올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는 있다. 다만 전력 수요나 생산활동 감소 등으로 발전사나 대규모 산업체에서 자가 소비용으로 수입한 천연가스가 남는 경우 재판매가 금지돼 있어 국내에서 처분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직수입 기업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양을 도입한 뒤 국내에서 잉여분을 대량으로 판매해 가스공사가 기 계약한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야기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잉여분에 대해서는 제도를 일부 완화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미공급 지역 도시가스 보급 확대 정책에 대한 LPG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신다면.

▲ 미공급 지역 중에서 도서, 산간 지역은 이미 LPG배관망사업으로 지역의 기존 LPG 사업자들이 참여하면서 주민들도 도시가스와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보도록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그 외에 미공급 지역에 대한 도시가스 보급 확대는 사업의 타당성 관점에서 추진하되 공공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보급 확대는 가스 공급비용 인상 요인이 되므로 사업 타당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보급 확대 필요성이 검토될 것으로 본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토론회에서 에너지전환의 구체적 내용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강하고 있는지.

▲ 이번 에너지기본계획 민간 권고안은 에너지 전환에 대해 이전 계획보다 더욱 심도 있는 고민을 담아 다면적 목표를 포괄적으로 제시했다고 평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서는 민간 권고안에 대해 정부가 검토 중이며, 한편으로 토론회 등을 통해 폭넓은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있다. 에기본은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는 계획으로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수립될 예정인 에너지부문(원)별 하위계획에 담길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으로써 어떤 부분을 정책 수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지?

▲ 에너지정책은 가계·기업·정부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공급의 비용효율, 환경효율,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에너지전환을 통해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현재의 에너지정책 기조이다. 이들 요소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공히 중요하다.

한편 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서 과거와 달라진 점은 공급의 안정성 못지않게 환경문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으며, 에너지 시스템이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에너지 비용의 문제를 어떤 가치의 중요성을 우선해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과거와는 달리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포함해 통합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에너지 공급시스템을 조성함으로써 시스템 전체의 사회적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국민적 아젠다가 된 만큼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흐름 속에서 더디더라도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의 내용과 효과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 채널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판단하는가.

▲ 올해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구체적인 이행방안 마련에 고심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정책은 재생에너지의 확대 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요측면의 변화, 에너지절약 등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 확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전력시장의 운영체계나 시장의 구조개선, 가격체계의 합리화 등 에너지 전환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현재 전력 도매시장에서 운영되는 하루 전 시장 외에 당일시장, 실시간시장의 개설, 보조서비스 시장의 강화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원의 확대에 따른 유연성 자원의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구조와 가격체계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바꿀지에 대한 구상과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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