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인력양성이 중요한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09 13:51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유인창 교수(재수정)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한국 어디를 가도 노래방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전국에 노래방이 약 3만5000개 정도 존재하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대비하면 대략 1600명당 1개꼴로 노래방이 있다고 한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한국인들의 노래 실력도 거의 전문 가수 급으로 요즘은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런 노래방 문화가 청소년층으로 확산되면서 가창력과 춤을 겸비한 십대의 청소년들은 연예기획사에서 주최하는 오디션으로 몰리고 유명 연예기획사에는 연습생이라는 이름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야무진 젊은 예능의 인재들로 넘쳐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방탄소년단’과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문화가 하루아침에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인력이 양성되어 있으면 그 속에 있는 인재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숨기려 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또 하나,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과학자들이 의아해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과학자들이 노벨상에 대한 관심과 집착이 너무 심하다는 사실이다. 매년 발표되는 노벨상 후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한국과학자 중 누구누구가 노벨상에 제일 접근해 있다는 기대감으로 충만해 있다가 발표 후에는 엄청난 상실감으로 패배주의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노벨상은 새로운 방법이나 기술, 새로운 발견을 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으로 연구를 하다보면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노벨상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경우로 이치에 맞지도 않다. 그러나 정작 외국의 과학자들이 더 놀라는 것은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미미할 뿐만이 아니라 기초과학 분야의 인력양성이 형식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외국 과학자들 눈에는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다. 기초과학 분야의 인력이 양성되어 있었다면 그 속에 있는 젊은 과학의 인재들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숨기려 해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노벨상의 수상자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배출되었으리라.

꼭 1년 전, 2018년 1월 중순쯤에 국내의 석유개발 전문기업 해외지사 석유개발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한 제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귀에 쟁쟁한 ‘선생님, 석유가 나오고 있어요!’라는 제자의 목소리는 상장을 받아 든 아이처럼 기쁨에 들떠 있었다. 해외에서 석유를 발견해 내는 일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전문가라고 해도 누구는 평생에 단 한 번도 발견해 내지 못하는 그 어려운 석유 발견을 그 제자는 회사에 입사한지 3년도 채 안 되는 시점에서 해낸 것이다. 앞으로도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 더 기대가 된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간 산업자원부의 주도로 ‘자원개발특성화대학사업’이 지원되었고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로 자원개발 분야의 인력이 양성되어 있는 가운데 이루어 낸 결과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 정부가 지원하고 학교는 인력을 양성하여 배출하면 기업은 인재를 선발하여 현장에 투입한 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선순환의 시스템! 이런 시스템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청년실업률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상황에 꼭 필요한 처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30년 전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취업설명회를 위해 대학 캠퍼스를 방문한 어느 다국적 제약회사가 내걸었던 선전 문구가 생각난다. ‘우리는 창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발견할 뿐입니다’ 그들이 발견하기를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기술이었을까? 아니면 신물질이었을까? 아니면 인재였을까? 인력양성의 중요성 여기에 있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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