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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유꾼들이 사용하는 고압호스, 압력계, 진동감지센서 등 장비. |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최근 멕시코 중부에서 발생한 송유관 폭발사고로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멕시코 현지 언론에 따르면 23일 현재 사망자 수가 95명을 넘어섰습니다. 중화상을 입은 50여명이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8일 밤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이달고주 틀라우엘릴판의 구멍 난 송유관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을 인근 주민들이 양동이 등으로 훔쳐가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폭발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기 직전 송유관에서 기름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약 800명이 기름을 담으려고 한꺼번에 몰려들었다가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멕시코에서는 석유 절도가 오래전부터 기승을 부려왔습니다. 국영 석유 기업 페멕스가 운영하는 송유관에 구멍을 내거나 내부 직원의 공모 아래 정유소와 유통센터 저유소 등지에서 몰래 빼돌려지는 석유 규모는 연간 30억 달러(약 3조357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름 절도범들이 불법적으로 멕시코 전국 송유관에 뚫은 구멍만 1만4894개에 달하고, 이번에 폭발 참사가 난 이달고 주에서는 다른 주 평균보다 많은 2121개의 구멍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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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유꾼들이 땅꿀을 파고 송유관에 접근해 구멍을 뚫고 고압호스를 연결한 현장. |
멕시코 같은 상황은 아닌데 우리나라도 매년 5∼6건의 송유관 도유 사건이 발생해 왔습니다. 지난해 경부고속도로 천안 인근에 묻혀있는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친 일당 6명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들은 3인 1조로 나눠서 삽과 곡괭이만으로 주유소 건너편에 있는 송유관까지 3m 깊이의 굴을 파 송유관에 고압호스를 설치, 휘발유·경유 등 46만 리터를 훔쳤습니다. 2017년 8월에는 충북 옥천군에서 3개월 동안 무려 37만 리터의 석유를 훔쳐 주유소에 팔아온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지요. 2015년 8월에는 경기도 용인, 평택, 경북 김천, 충북 청주 등 전국 7곳에서 송유관을 뚫어 2013년 6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무려 450만 리터의 기름을 훔친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전북 완주에서는 60대가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다가 폭발 사고를 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망치로 송유관에 구멍을 뚫었다는 멕시코와 달리 국내 도유꾼들은 첨단장비를 사용해 치밀하게 도유를 합니다. 도유꾼으로 여러 번 감방에 들락거린 강모(55)씨의 경우 송유관을 뚫을 때 고압호스를 이용하고 이를 주유소 저장탱크로 직접 연결해 진동감지센서와 압력계, 밸브 등을 설치해 빼돌리는 기름의 양을 조절하기도 했습니다. 송유관을 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는 기름이 새면 경보를 울려주는 누출탐지기(LDS)를 활용해 도유징후를 감시하는데 도유꾼들은 센서에 안 걸리도록 소량의 기름을 세밀하게 빼냅니다. 도유꾼들은 휘발유는 휘발성이 강하고 폭발 위험이 높아 주로 경유를 훔친다고 합니다. 송유관공사는 휘발유와 경유의 시차를 두고 이동시키는데 국내 도유꾼들은 송유관에 휘발유가 흐르는지 경유가 흐르고 있는지 느낌으로 간파할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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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공사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배관내부 촬영검사장비(In-Line Inspection). |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국내 도유 수법은 지상에서 수직으로 굴착하는 방식에서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접근해 기름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도유범 검거율이 2015년 79%에서 최근 27%까지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도유근절과 도유범 검거율을 높이려는 송유관공사는 CCTV나 열화상카메라를 대폭 늘리고, 신고 포상금을 1억원까지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도유꾼들이 점차 지능화·첨단화해지자 도유감시장비도 누출탐지기 외에 배관내부를 직접 관통해 도유을 포착하는 배관내부 촬영검사장비(In-Line Inspection)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 장비는 배관의 부식 정도와 결함 발생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고 배관 내부를 세척까지 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