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31억톤, 2년 연속 증가세...美·中·印 배출량 증가분의 85% 차지
인니 등 석탄의존도 높아 상승 견인
EU 등 선진국은 재생에너지로 확대
미국도 LNG 등 친환경 에너지 가속
IEA "석탄, 1위 발전원…감축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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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석탄수요 추이 (단위 : Mtce/석탄 1백만톤 당 단위, 자료:IEA, 그래픽=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산화탄소는 주요 온실가스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글로벌 에너지 이산화탄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1.7% 늘어난 331억t을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자 총량도 전례 없이 많은 수준이다.
특히 2014~2016년 사이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변동이 거의 없었으나 2017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늘어난 배출량(5억6000만t)은 같은 기간 항공업계 전체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재작년 감소를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3.1% 증가로 돌아섰다. 현시점에서 최악의 탄소 배출국 오명을 쓰고 있는 중국과 인도도 각각 2.5%, 4.5%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인도, 미국 3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분의 85%를 차지했다. 반면 독일, 일본, 멕시코, 프랑스, 영국은 감소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배출량은 1.3% 줄었으며 일본 역시 5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고 수준을 기록한 원인은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너지 수요는 2.3% 늘어 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국가를 따지면 중국, 미국, 인도가 에너지 수요 증가의 70% 가까이 차지했다. 특히 전력수요가 전체 에너지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른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도 글로벌 수요가 전년 대비 4.6% 늘어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석탄을 탄소배출이 덜 심한 가스로 대체하는 추세와 맞물린 것이다. IEA는 "석탄을 천연가스로 바꿈으로써 석탄 수요가 6000만t 가까이 줄었고 9500만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지 않았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 석탄수요, 2년 연속 증가세…"아시아가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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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별 석탄 수요 추이 (단위 : Mtce, 자료:IEA) |
에너지 수요증가로 인한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했지만 IEA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석탄화력발전소로 충당시킨 점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IEA는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약 30%가 석탄발전에서 발생됐다"며 "대다수의 석탄발전소는 아시아 지역에 가동중인 ‘젊은 석탄발전소’ 들이 거의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 가동중인 석탄발전소의 평균 운전기간은 12년으로 나타났다. 평균 설계수명이 40년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의 발전소는 수명기간의 절반도 못 달한 셈이다. IEA는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도 오를 때 마다 석탄이 0.3도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세계 석탄수요는 지난 2017년에 이어 2년째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세계 석탄수요는 전년대비 0.7% 증가했으며, IEA는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석탄에 대한 수요가 강하기 때문에 기타 선진국에서 보이고 있는 수요 감소세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선진국가들에서 석탄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EU에서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환경규제와 미국의 ‘셰일붐’으로 인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EU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도 2021년까지 2015년대비 27%, 2030년까지 37.5% 감축키로 하는 등 환경규제 정책을 내세우고 있음에 따라 지난해 석탄 수요가 전년대비 2.6% 떨어졌다. 석탄의존도가 대체적으로 높은 독일에서도 신재생에너지가 지난해 가장 많은 발전비중을 차지하는 등 석탄발전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독일의 경우 마지막 흑탄 광산이 지난해 12월 폐쇄되면서 150여 년간 독일 경제의 심장 역할을 했던 흑탄 산업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됐다. 전후 독일의 경제부흥을 이끌고 유럽 통합의 단초를 제공했던 흑탄 산업이 막을 내리는 것에 대해 당시 외신들은 "독일 산업 역사상 한 시대의 종언"이라고 평가했다. 흑탄은 석탄의 가장 흔한 종류이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도입의 확대로 인해 석탄 소비량이 감소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석탄 사용량이 퇴보하는 추세다. 석탄산업의 부활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전력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렴하고 풍부한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 석탄발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의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 이사회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위치한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 두 곳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내용에 따르면 켄터키주의 파라다이스 화력발전소와 테네시주의 불런 발전소는 각각 2020년과 2023년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개발공사가 그간 천연가스를 포함해 보다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원을 선호하면서 노후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퇴역시켜온 추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개발공사 빌 존슨 CEO는 "석탄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 결정은 산업의 경제학에 관한 것"이라며 "가능한 한 낮게 요금을 유지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석탄은 우리의 전력 생산 요소 중 중요한 부분"이라며 "사용 가능한 발전소를 폐쇄하는 표결을 하기 전에 모든 요소를 진지하게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의 석탄 사용량은 4% 감소한 반면, 천연가스 수요는 10% 가량 증가했다. 특히 IEA는 "미국의 석탄 소비량이 1970년대 중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전체 발전량 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 미만이며 사상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 등의 선진국가들과 달리, 아시아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석탄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석탄 수요는 5% 가량 증가했다. IEA에 따르면 인도는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은 전력과 철강 수요의 증대로 이어져 석탄을 통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킨 것이다. 최근 인도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철강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등극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새로 도입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총 전력수요의 3분의 1 조차 충족시키지 못했다.
중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폭발적인 신재생에너지의 성장률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석탄 소비량이 전년대비 1% 증가하였고 특히 석탄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이 5.3% 증가했다. 반면, 중국 정부의 대기오염 개선 정책으로 인해 주거용·산업용 석탄소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천연가스가 이를 대체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시아권에서도 석탄 소비량은 증가했다. IEA는 "해당 지역에서 석탄의존도가 강하다"며 "특히 석탄 소비량이 발전량을 웃돌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발전부문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꼬집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2017년까지만 해도 석탄에 대한 수요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작년에는 다소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으로 인한 발전량은 2017년에 6% 가량 증가한 가운데 작년은 지난해 대비 약 1% 감소했다. 특히 일본은 가동중인 석탄발전소의 운행률이 감소했고 신규 석탄발전 설비에 대한 시험운행도 단행되지 않았다.
IEA는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석탄발전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석탄은 아직까지 세계 1위의 발전원으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재생에너지 성장률도 증가세…세계 전력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아직 ‘역부족’
한편, 지난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전년대비 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에 따른 발전량 증가율은 약 7% 수준에 머물렀다. 태양광, 수력, 풍력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분의 각각 33%씩 차지하면서 세계 전체 발전비중의 약 25%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신재생에너지 성장률을 보였으며 유럽이 그 다음을 이었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각각 40%, 25% 증가했다. 중국은 자국 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 세계 투자규모 1위를 달성했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규모는 1001억 달러(약 112조원)였다. 지난해 태양광 규제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32% 감소했지만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국가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세계 전력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아직까지는 더디다는 의견이다. 재생에너지 성장이 우리 사회의 전력 공급 상황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EA는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IEA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약 2억 1500만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발전을 통해서도 약 600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되었다"며 "종합적으로 따지면, 신재생에너지·원자력발전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지 않았을 경우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0% 가량 더 높았을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