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부에서도 해답 못 찾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1 13:56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인 원전 내 저장수조.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탈(脫)원전’을 선언한 현 정부에서도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폐쇄 기념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뒤, 곧바로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건설 중단과 재개를 묻는 3개월 간의 공론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원전의 안정성에서 가장 큰 문제인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집권 3년차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월성 원자력발전소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방폐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이 2021년 7월이면 포화될 전망이다. 

고리원전도 포화율이 77%에 달해 2024년에는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추가건설 여부는 여전히 결정된 바가 없다. 정부는 지난해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 준비단’을 출범해 고준위 방폐장 입지 선정 등 공론화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수행했을 뿐이다. 

산업부는 준비단 출범 1년여 만인 최근에야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위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주관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칭) 구성에 착수했다. 재검토위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와 이에 필요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하게 된다. 

중립적인 인사 15인 이내로 위원회가 구성되고 위원장은 호선으로 선출된다. 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하되, 남녀 비율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20∼30대를 포함할 방침이다. 

다만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방폐장 건설을 두고 공론화 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간 만큼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역주민, 시민단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견해차를 좁히는 데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탈핵부산시민여대는 11일 "정부는 작년 5월부터 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단을 운영했지만, 준비단 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준비단 합의사항도 반영하지 않은 채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 착수 발표의 유일한 내용이었다"며 "산업부의 발표는 성숙한 논의는커녕 중립적 인사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패착이 떠오를 만큼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에는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정부 계획 없이 공론화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인가?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탈원전’ 하지 말라"며 "모든 국민에게 고준위 핵폐기물 위험성과 처분방안이 없음을 알게 하고, 모든 국민에게 핵폐기물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하지 못한 과정을 살펴보면 시민단체의 행보에 유감스러운 점이 많다"며 "정부와 산업계는 안면도를 비롯해 수차례 처분장확보를 시도한 바 있지만 이들 단체는 그 때마다 부지조사 조차 하지 못하게 하고서 이제와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정부의 자세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지난번 공론화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적시하고 있지 않은데다 위원 선정 등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특히 월성 원전의 긴박한 필요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 원전환경과 관계자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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