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그룹 운명은?...항공 매각시 중견그룹 추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5 15:52

금호아시아나그룹, 공격적 M&A로 재계 7위자리 올랐지만...
경영권 분쟁·차입금 의존 등 위기 덮쳐
본관 매각에 내달 금호아트홀 운영 중단
금호산업·고속 등만 남게 돼 규모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절차 진행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내 매출 60% 이상을 차지하며 명실공히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만큼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갈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상과 외형이 그만큼 작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에서 떨어져나갈 경우 한때 재계 7위(자산총액 기준)를 자랑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 금호고소 등만 남게 돼 사실상 중견그룹 수준으로 기업 규모가 쪼그라들게 된다.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회장이 창업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84년 2세 경영체제 출범 이후 약 25년 동안 형제경영으로 사업을 일군 전통적인 재벌 기업이다. 장남 고 박성용 회장, 차남 고 박정구 회장, 그리고 3남 박삼구 전 회장까지 형제끼리 경영을 되물림하면서 회사 성장이 비교적 탄탄하게 이뤄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0년 중반부터 적극적인 M&A 방식을 채택하면서 세를 늘렸다. 박 전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에는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사들이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 7위로 부상시켰다. 당시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 물류업계 1위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M&A 큰 손’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세확장이 오랫동안 이어진 형제경영에 갈등을 유발해 금호가(家) 내 균열 발생을 초래했다. 사세확장에 따른 무리한 차입을 반대한 4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 전 회장 간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 같은 기간 형제끼리 작성했던 공동경영합의서도 수 차례 변경되면서 형제경영이란 전통도 깨졌다.

금호석유화학을 놓고 빚어진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은 ‘각자도생’으로 마무리됐다. 2009년께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면서 독자 생존을 꾀했다. 이후 박삼구 회장은 건설과 항공 부문을, 박찬구 회장은 석유화학 부문을 각자 나눠 맡아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이 M&A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와 외부 차입금에 크게 의존한 것은 그룹 몰락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불황, 건설업 침체, 그리고 자금수혈 문제를 겪으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이듬해 박 전 회장은 경영 채임을 지고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고, 같은 해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이후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장직에 복귀한 박 전 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알짜 계열사를 팔고, 또 팔았다. 우선 비싼 값을 치렀던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렌터카 1위 업체에 올랐던 금호렌터카가 롯데로, 금호생명이 KDB생명으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신세계로, 상표권 분쟁으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로 넘어갔다.

정들었던 사옥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8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건설 사옥(당시 서울 신문로 금호생명빌딩)을 처분하기로 했고, 지난해에 금호아시아나 본관을 매각했다. 그룹이 20년 동안 이룩한 문화적 유형자산 금호아트홀 역시 오는 5월을 계기로 운영을 중단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연이은 매각행진은 이번에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졌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등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올해로 설립 31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적법한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요청한 50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도 자금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매출 60% 이상을 차지했던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그룹으로 내려앉게 됐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최근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회계 논란을 책임지기 위해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금호고속의 사내이사직도 내려놨다. 박 회장의 공백은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때까지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메울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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