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 ‘6개월 산소호흡기 단 웅진에너지’ 사실상 방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14 08:08

더이상 지원안해 법정관리 가능성...해외로드쇼 진행 등 3월 인수 코웨이에만 올인

▲웅진에너지 대전 공장 전경.(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교육과 렌털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면서 국내 유일의 태양광 잉곳·웨이퍼 제조업체인 웅진에너지가 울상을 짓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거래소로부터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은데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만한 해법도 보이지 않아 사실상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완료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코웨이 알리기에 박차를 가해 사실상 웅진에너지는 ‘방치’되고 있다.


◇ 거래소, 웅진에너지에 6개월 개선기간 부여..."결정 쉽지 않았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상장 공시위원회는 웅진에너지의 상장폐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에너지는 지난 3월 27일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최근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상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는데, 이 사유가 다른 기업과 달리 거래소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영회계법인은 감사의견 거절에 대해 "지난해 당기순손실 1117억6100만원, 누적결손금 3642억2600만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226억원 초과했다"며 "이로 인해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회계법인은 상장사의 감사보고서상 재무제표에 이상이 있거나 특이한 점이 발견될 경우 의견거절을 내리는데, 웅진에너지는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의견거절을 받은 것이다. 만일 재무제표에 이상이 있다면 기업의 재고나 회계처리, 외부감사보고서를 확인하면 되지만 웅진에너지의 경우 태양광 산업에 대한 동향, 제품 가격 현황 등을 다 파악해야 했기에 거래소 입장에서도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결국 외부위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오는 11월 9일까지 웅진에너지에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내부담당자는 "태양광 산업이나 동향 등은 거래소 위원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외부위원들은 웅진에너지가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을 감안해 회사 측에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웅진에너지, 채권단과 출자전환 등 논의...법정관리 거론


거래소는 개선기간 종료 후 웅진에너지의 감사의견 거절사유 해소 여부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쉽게 말해 웅진에너지에 6개월 짜리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셈이다. 웅진에너지는 차기 사업연도에 대해 감사보고서 ‘적정’ 의견을 받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현재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단과 계속해서 간담회를 열고 차입금 상환 유예, 출자전환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웅진에너지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만큼 추가 지원보다는 법정관리를 통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한국 태양광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빠진데다 지원한다고 해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채권단과 좀 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업계도 웅진에너지의 재기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웅진에너지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잉곳과 웨이퍼는 태양광 산업의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패널)-발전시스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대부분의 업체들이 웅진에너지 제품보다 단가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고 있어 웅진에너지가 파산한다고 해도 단기간 국내 태양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이미 웅진그룹이나 웅진에너지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노력은 많이 했다"며 "웅진에너지가 파산한다고 해서 국내 태양광 산업에 엄청난 위기가 닥치지는 않겠지만, 밸류체인의 핵심 부분이 사라지면서 산업 자체가 차이나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손 놓은 웅진그룹, 웅진코웨이는 ‘해외투자자’ 대상 로드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명실상부한 웅진그룹의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외로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미 웅진그룹에서도 추가 지원 가능성에 선을 그어놨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씽크빅과 코웨이를 중심으로 그룹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겠다고 큰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지난 5년간 웅진에너지에 1000억원이라는 자금을 투입한데다, 추가로 지원한다고 해도 중국 기업의 저가 물량 공세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웅진그룹의 판단이다.

이번주부터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웅진코웨이 ‘세일즈’에 나선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웅진코웨이는 오는 20일까지 일주일간 싱가포르, 홍콩,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로스엔젤레스(LA)에서 해외 주요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웅진코웨이는 1분기 실적에 대해 설명하고, 올해 연간 주요 경영 현황, 웅진그룹과의 시너지 등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웅진그룹이 지난 3월 코웨이 인수를 완료하고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로드쇼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웅진코웨이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093억원, 영업이익 135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 2.9%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웅진코웨이는 지난 6개월간 최대주주가 기존 사모펀드에서 웅진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일정부분 해소했다"며 "앞으로 웅진의 성장성 확대를 위한 전략, 브랜드 로열티 수수료 수준과 반영 시점, 주주배당 정책에 대한 기준 등 향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웅진코웨이 측은 "이번 설명회는 주기적으로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며 "당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특이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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