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선제대응...지급여력비율도 올라가 재무건전성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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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
[에너지경제신문=허재영 기자]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실적이 급감했다. 같은 대형사인 삼성생명의 실적이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어닝쇼크’ 수준이다. 보험업계가 시장포화 상태에 있기에 이번 실적 부진을 두고 세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보장성 보험 비중을 높이며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전날인 14일 올해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액은 6조1694억원으로 4.58% 늘었지만 영업이익 377억원, 당기순이익 232억원으로 각각 81.96%, 82.52% 줄어들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대손충담금 적립과 투자관련 일회성 손상차손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부진이지만 이면에는 보장성보험 강화를 통한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는 평가다. 오는 2022년 도입될 IFRS17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린 것이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자본규제 강화로 인해 보험 부채 평가가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되므로 그간 수입보험료 규모가 컸던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평가받게 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추가 자본확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려가는 추세다.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수입보험료가 줄게 돼 단기적으로 실적이 악화된다.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보장성상품 연납화보험료는 3280억원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포인트 늘었다. 반면 저축성상품 연납화보험료의 비중은 18%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줄었다. 연납화보험료(APE)는 일시납, 월납, 분기납 등 납입하는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보험사의 성장성 지표로 여겨진다. 이처럼 보장성 위주의 신상품 계약 증가로 사업비가 늘면서 사업비율이 올라간 점도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화생명 측도 연금보험 수입보험료는 줄었지만 보장성보험 신계약이 늘면서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도 개선되고 있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18.6%를 달성하며 전년동기 212.6%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한편 이처럼 체질개선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한화생명은 4년 만에 부활하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첫 타깃으로 선정돼 이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한화생명에 종합검사 사전 예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10일간 사전검사, 다음달 17일부터 7월12일까지 20일간 본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금감원이 한화생명을 첫 타깃으로 선정한 이유를 두고도 그간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와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 암보험 요양병원 보험금 지급 등을 두고 가장 많이 마찰을 빚었던 삼성생명을 먼저 선정할 경우 보복성 검사가 될 것을 우려해 대신 한화생명을 선정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과거처럼 저인망식으로는 검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한화생명 역시 같은 이슈를 두고 갈등이 적지 않았다는 점과 첫 종합검사이기에 금감원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고강도 검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내심 억울한 상황이면서도 여러 모로 부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으로 인한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과 보험업계의 불황으로 인해 향후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종합검사까지 받게 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안팎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