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양날의 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25 15:22

백영철 정치평론가


검사 윤석열을 보면 ‘새옹지마’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이 고사엔 고난을 잘 이겨내면 좋은 시절이 오고 잘 나간다고 오만하게 굴다간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교훈이 담겼다. 

윤석열의 등장은 강렬했고 다분히 극적이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10월 국민에게 이름 세자를 처음 알렸다. 

선배 검사들의 국정원 댓글수사 외압을 용납하지 않았고 이를 넘어 국회 국정감사 공개석상에서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 뿐 아니라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라고 일갈했으니 국민적 스타검사로 제대로 데뷔한 셈이었다.

소신 발언의 대가는 지방 좌천이었다. 2014년 1월 대구고검, 2016년 1월 대전고검을 전전했다. 이렇게 당하면 누구라도 복수심을 품지 않을 리 없다. 그는 은둔의 시절 혼자서 칼을 갈며 때를 기다렸는데 ‘백락일고’처럼 천리마를 한 눈에 알아본 사람이 바로 박영수 특검이고 문재인 대통령이다.

2016년 12월 구성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합류한 그는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는 말로 국민을 또 놀라게 했다. 

그는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칼은 결코 복수의 칼이 아니라 법치의 칼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런 야전사령관 같은 무인풍의 검사가 있었던가 국민 반응이 그랬다.

법치의 칼이라는 명분을 쥐고 탈레반처럼 직진하는 윤석열에게 더 큰 칼자루를 쥐어준 사람은 바로 문 대통령이다. 취임 열흘도 안 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 적폐수사의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콜로세움에서 맹수와 싸우는 로마의 검투사 운명이던 윤석열의 칼은 이로써 국가의 칼이 됐고 권력의 칼이 됐다. 2년 간 그가 야전사령관으로서 벌인 싸움에서 거둔 전과는 산처럼 높이 쌓였다. 전직 대통령 2명이 구속되고 수많은 청와대 권력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대기업 회장이 교도소로 직행했다.

이젠 콜로세움에 모인 수많은 관중이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윤석열은 개선장군이 됐다. 문 대통령이 다시 그를 불러 검찰총장에 지명한 것은 정해진 코스일 뿐이다. 관중이 열렬히 환호하는 그를 최고사령관에 임명하지 않고 어찌 앞으로 남은 먼 길을 갈 것인가, 그리 생각했을 수도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의 임명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금 60억 원 부자 아내의 세금체납과 본인의 부동시로 인한 군면제 의혹이 창피스럽지만 그동안의 걸어온 길을 볼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 사퇴하지는 않을 것 같다.

관심은 이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이후다. 윤석열의 칼은 어디로 향할까. 여기서 동상이몽이다. 현 정권 지지자들은 윤석열의 강렬함을 기대하고 있다. 더욱 날카로운 적폐수사의 지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후배 검사들은 힘센 검찰총장의 등장에 기대가 크다.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사람 대신 검찰 조직과 논리에 충성할 것이니 권력의 외풍을 막아 검찰의 독립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희망사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 요청 사유서에서 윤석열을 향한 최고의 찬사를 나열했다. "사회정의 실현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강한 사명감, 소임 충실히 수행, 검찰 업무를 개선하고자 꾸준히 노력, 검찰 내외에서 존경과 신망"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권력의 논리라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간의 논리를 짚고 나선다. "우리 정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원칙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은 있다"고 했다. 윤석열을 ‘양날의 칼’에 비유한 것이다. 

"모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너도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의미다. 황제 줄리어스 시저가 로마에 입성할 때 하인이 뒤를 따르면서 외친 말이다. 승승장구하는 윤석열에게 ‘모멘토 모리!’ 라는 경구를 선물하고 싶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부디 권력도 검찰조직도 아닌, 국민에 충성하는 검찰총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