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달군 오페라의 문제작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뒤늦게 국내 초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25 17:34

작곡가 쿠르트 바일·대본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콤비의 걸작 7월 선보여

알라바마송 부르는 제니 장유리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에서 제니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장유리가 24일 열린 오픈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민병무 기자] 20세기를 뜨겁게 달군 오페라의 문제작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주제의식과 재즈·캬바레 뮤직 등을 도입한 혁신적 음악 스타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엔 특히 블랙코미디식 엔터테인먼트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준다.

국립오페라단은 7월 11일(목)부터 14일(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국내 초연한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협업으로 탄생한 화제작이다.

◇ ‘클래식과 엔터테인먼트 음악의 하이브리드’ 찬사 쏟아져

193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완성된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히틀러가 가장 싫어한 오페라로 유명하다. 나치의 상연금지령으로 한때 무대에 오르지 못했으나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20세기 오페라 중 하나다. ‘마하고니’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때문에 사회가 번영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그려내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푼짜리 오페라’라는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는 쿠르트 바일은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통해 오페라에 재즈, 래그타임, 캬바레 뮤직 등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등장하지 않는 색소폰, 밴조, 반도네온 등의 악기를 사용해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때문에 ‘클래식과 엔터테인먼트 음악의 하이브리드’ 혹은 ‘현대오페라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 가상의 공간과 바로크 시대의 의상으로 비현실성 극대화

지미의 노래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출연자들이 24일 열린 오픈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한국 초연을 위해 국립오페라단은 19세기 중반 이후를 배경으로 삼은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드라마투르그 이용숙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하여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시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갓 태동하던 시기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라는 문제 제기에서 배경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즉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그로 인한 인간 소외 문제는, 사실 바로크 시대 유럽 절대왕정이 추구했던 식민지 개척과 중상주의에서 그 싹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원작의 배경을 벗어나 시공간적 배경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진다. 블랙과 화이트의 모노톤, 주로 직선과 사각도형으로 이루어진 초현실적인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들은 바로크 시대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과장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초현실적인 공간과 바로크 시대의 화려하고 과장된 의상의 비현실적인 결합은 시각적인 아이러니함, 가사와의 불일치로 인한 혼동을 초래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극에 몰입하여 현실을 자각하는 것을 방지하는 브레히트의 극적 의도인 ‘낯설게하기 효과’를 시도한다.

◇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혁신적 콜라보

연출과 안무는 남다른 감수성으로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무대를 선보여온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이 맡는다. 그는 브레히트의 작품을 서사적으로 무대에 옮기는 대신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가 시도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오페라 무대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블랙코미디식 엔터테인먼트의 완성이다.

산업화로 인해 극도로 비참해지고 상품화되는 민초들의 삶을 오히려 우아하고 관능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블랙코미디를 시도하는 한편, 관객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는 사유의 세계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음악과 몸짓으로 느끼는 감각의 세계로 초대한다.

◇ 젊은 마에스트로 다비드 레일랑의 신선한 음악적 해석

지휘는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로 한국 관객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던 젊은 마에스트로 다비드 레일랑이 맡는다.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헬덴 테너로서 주로 바그너 오페라와 현대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테너 미하엘 쾨니히와 2018년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의 한나로 활약한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엑사가 각각 지미와 제니로 무대에 오른다. 또 다른 지미와 제니는 2018년 ‘마농’으로 국립오페라단 무대에서 데 그리외 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테너 국윤종과 ‘라 보엠’의 사랑스럽고 밝은 무제타로 활약한 소프라노 장유리가 맡는다.

또한 5월 국립오페라단 국내초연 ‘윌리엄 텔’에서 개성 넘치는 윌리엄 텔의 아내 헤트비히 역으로 활약한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이 포주 베그빅으로 돌아온다. 이 외에도 테너 구태환과 민경환, 바리톤 나유창과 베이스 박기현, 이두영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주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16명의 젊은 현대무용수들이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에너지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힘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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