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 정상회담 후 투자 합의...양국 정치적 계산 깔린듯
가스공사, 지분 추가매입 등 추진
▲러시아 기단반도(야말반도 맞은편)에서 추진되고 있는 북극 LNG-2 사업 위치도. |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북극 LNG-2 사업’ 지분이 일본측에 넘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분확보에 실패한 한국가스공사는 추가 지분매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러시아 노바텍과 지속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미쓰이물산과 러시아 노바텍은 지난달 29일 일·러 정상회담 직후 ‘북극 LNG-2 사업’ 투자 합의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쓰이가 전체 생산량(1980만t)의 지분 10%(미쓰이 2.5%, 조그맥(JOGEMEC) 7.5%)를 확보하는 계약이다.
미쓰이의 투자 결정에 따라 북극 LNG-2 사업 지분은 노바텍 60%, 토탈 10%, 나머지는 중국국영석유가스기업인 CNOOC와 CNODC가 각각 10%씩을 차지하게 됐다. 토탈은 노바텍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회사다.
그동안 정부는 신북방 정책의 일환으로 신흥시장과의 전략적 경제협력, 가스도입선 다변화 등을 위해 북극 LNG-2 프로젝트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해 왔다. 한-러 양국 간 양해각서(MOU) 체결은 물론, 가스공사도 노바텍과 북극 LNG-2 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협력을 이어 왔다. 특히 가스공사는 그동안 북극 LNG-2 사업 참여를 위해 미쓰이, 미쓰비시 등 일본기업과 공동자료조사를 벌이는 한편, SK가스 등 국내 민간기업과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결과 북극 LNG-2 사업은 ‘경제성 부족으로 인해 투자기준에 미흡하다’는 최종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참여는 각 사가 투자기준에 맞게 전략적 목표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가스공사는 북극 LNG-2 사업에 대해 경제성, 기술적 안정성, 북극항로 이용에 대한 확실성 등 면에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본기업이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개발기구인 조그맥(JOGEMEC)의 투자기금을 활용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조그맥이 미쓰이와 함께 약 7.5%의 지분 참여한 데에는 러·일간 다양한 정치현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극항로를 통한 LNG 수송문제도 걸림돌이다. 북극에서 캄차카 반도를 거치는 항로를 이용할 경우 쇄빙력이 강화된 LNG선을 투입해야 하고, 실제 극한의 한파가 이어지는 12월에는 북극항로를 통과한 운행실적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음 두께가 얇아지기 때문에 북극항로를 이용한 운송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 운행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그러한 주장이 실행돼 수송비가 절감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에 러시아 쇄빙선 건조를 수주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야말 LNG 프로젝트와 관련, 대우조선해양은 10개의 LNG쇄빙선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북극 LNG-2의 경우 사업자가 수송선을 직접 한국에 발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북극해를 항로하는 LNG선은 러시아 대통령 칙령으로 자국 내 조선소에 발주가 이뤄졌다. 다만, 수송선 건조에 대한 미흡한 기술력 보완 등을 위해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러시아측의 협력 요청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가스공사, 추가 지분매도에 촉각…노바텍과 지속 접촉중
이번 지분확보 실패가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주도하는 국내 천연가스산업 구조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인다. 국내 민간기업의 LNG 도입·공급 물량 비중이 현재의 직도입 수준보다 훨씬 높을 경우 북국 LNG-2 사업과 같은 다양한 해외가스전 개발 사업에 좀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성사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진다.
하지만 사업 참여 기회가 가스공사 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던 상황에서 이러한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사업 참여시 투자비가 에너지업계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과도하지 않은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초기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고, 러시아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스공사는 노바텍의 추가 지분 매도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성을 만회할 수 있는 계약서 변경으로 기존 계약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가스공사는 지분매입 가능성을 열어놓고 노바텍과 지속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참여 외에 현재 도입물량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다면 북극 LNG 도입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편, 북극 LNG-2 사업은 러시아가 시베리아 북단 기단반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형 에너지개발 사업으로 2023년 생산 개시된다. 매년 각 600만톤 용량 3개 트레인을 가동해 전체 약 1980만톤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