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2.2%, 물가상승률 0.7% 줄줄이 하락 전망
3년1개월만에 금리인하 단행, 불확실한 외부요인에 美보다 빠른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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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은 기자실에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 |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0.7%로 하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또한 기존 연 1.75%에서 연 1.50%로 내렸다. 시장예상보다 빠른 결정이다. 한은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 기준금리 3년여만에 하향 조정…예상보다 빠른 결정, ‘추가인하’ 가능성도
한은은 18일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연 1.50%에서 0.25%포인트 내린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이일형 위원만이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 경제전망 이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경제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경제성장세와 물가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약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돼 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국내 수출 부진, 여기다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쳐지며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이 시장의 예상보다 다소 빠르게 이뤄졌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는 이달 말 이후인 8월에야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이번 금리인하가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보다 선제적으로 이뤄진 만큼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인하 가능성이 거론됐던 만큼 이번 7월 인하가 갑작스럽게 단행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금리차 우려가 있어 미국이 먼저 금리를 내린 후 한은이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는데, 미·중 무역, 일본 수출 규제 등 외부적인 요인이 많아 서둘러 내린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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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인하가 한 차례 더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에 대해 "앞으로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금리인하 효과와 대외변수, 금융안정 등을 보며 가장 적합한 판단을 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경제성장·물가상승률 전망치도 내려…"수출·투자 예상보다 부진"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 소비자물가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1%에서 0.7%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앞서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2.4∼2.5%로 0.2%포인트 내린 만큼 한은도 약 0.2%포인트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폭의 0.3%포인트 하향 조정을 하며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에는 추경 효과도 일부 포함됐다. 이주열 총재는 "상반기 중 수출과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고 앞으로의 여건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소비자물가의 경우 수요 압력이 예상보다 약하고, 공급요인과 정부정책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4분기(-3.2%) 후 최저 수준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5%로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은 2.5∼2.6%으로 추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3%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올해 중에는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등 공급 측 요인과 전기료 한시 인하 등 정부정책 측면에서 물가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간접세 인하 종료 등 정부정책 영향이 줄면서 올해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겠지만, 오름세는 지난 전망에 비해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해 중 590억달러, 내년중 585억달러로 전망했다.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올해 3%대 중반, 내년 3%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적으로 운용하게 될 경우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이 위축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금융안정을 위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미중간 무역협상 전개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국제 금융시장 자금 흐름, 국내 금융안정 상황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