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파행·의료계 반대로 법안 계류 중
언제 재개될지 몰라 논의 요연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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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허재영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이 의료계의 반대와 국회 정무위원회의 파행으로 표류하고 있다. 보험사와 시민단체 등은 가입자의 편의 증진과 관련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찬성하고 있지만 현재 의료계만이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을 전가하고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국회 내에 관련 법안 통과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한 보험업법 개정안 두 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초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과정의 간소화·전자화를 위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고, 지난 3월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당초 국회 정무위는 지난 16~17일경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현재 계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2건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서훈 관련 자료 열람을 놓고 정무위가 파행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대치하고 있어 언제 정무위가 재개될 지 몰라 관련 법안 논의가 요연한 상황이다.
설사 정무위가 재개되더라도 관련 법안이 통과될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금융위원회에 권고했다. 이후 2016년에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합동으로 온라인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관련 법안 통과는 답보상태다.
그간 보험사들과 소비자단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해왔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가 전자화 되면 보험서류 처리 비용이 줄어들고 전산망 구축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그간 횡행했던 과잉진료를 통한 의료비 부풀리기도 감소해 관련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형 보험사 일부는 이미 실손보험 간편 청구를 도입한 상황이다.
소비자단체들도 그간 정부와 금융당국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3400만명에 이르지만 청구과정이 까다로워 1/3 가량 만이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어 민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만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을 전가한다는 이유로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특히 환자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대행 법안은 보험사들이 부담했던 전산망 비용을 의료계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며 "전산을 통해 청구서류를 제출하게 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정무위 파행과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업계에서는 이번 회기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가 반발이 거세 향후에도 관련 법안 통과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본질은 그간 과잉진료를 통해 의료비를 부풀려온 행위를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되면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 의료계의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라며 "의료계를 제외한 모두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동의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정관계에 막강한 로비력을 가지고 있어 이번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는 사실상 기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