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원료·설비 의존도 높아
삼성SDI·LG화학 등 타격…일각선 "영향 제한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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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삼성SDI ESS 시설 |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향후 20년간 현재의 122배, 금액으로는 8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ESS는 반도체의 대를 이을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지만 ESS용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소재와 설비 등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경쟁력 약화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세계 ESS시장 20년 간 790조원 규모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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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글로벌 누적 ESS 출하량(단위:GW)(자료:BNEF) |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최근 발표한 ‘2019 에너지저장장치 전망보고서’에서 글로벌 ESS의 규모가 지난해 기준 9GW·17GWh에서 2040년에는 1095GW·2850GWh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비용이 하락하면서 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BNEF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배터리 관련 비용이 85% 가량 하락했다.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되면서 향후 20년 동안 ESS에 대한 투자규모가 6620억 달러(약 790조 3618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BNEF는 특히 한국이 글로벌 ESS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봤다. 실제 ‘제2의 반도체’ 생산기업으로 꼽히는 삼성SDI, LG화학과 같은 2차전지 업체는 올 하반기부터 ESS의 국내 판매 정상화와 해외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SS 화재 사고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지난 6월 초 산업통상자원부의 화재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는 데 힘입으면서다.
실제로 삼성SDI는 지난달 발표한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ESS사업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어 매출이 지난 6월부터 회복되고 있고 이달부터는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현재 미국, 일본, 호주 등 각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국내 ESS 시장이 정체되더라도 글로벌 시장은 2025년까지 30~4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지난 2분기 ESS 사업이 속한 전지사업에서 128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ESS가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 화이트리스트 제외, 글로벌 ESS 주도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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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하지만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켜 경제보복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ESS 주도권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ESS 제조를 위한 원료나 설비 등도 일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기업들의 원재료 확보에도 어려움이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해액 원료가 되는 리튬염과 전해액 첨가제, 고품질 바인더, 분리막, 동박 제조 설비 등은 대표적인 일본산 수입 소재·설비로 꼽힌다.
그만큼 일본의 기술력이 2차전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소니(현 무라타), 파나소닉 등이 수년 전부터 관련 소재 성장을 이끌었으며 일본의 재료기업, 설비기업들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수출규제 품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만약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들이 수출규제 대상으로 등록된다면 삼성SDI, LG화학 등과 같은 2차전지 업체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2차전지 산업이 받게될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빠지면서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되기 때문에 부품을 제 때 조달받지 못할 수는 있지만 부품 수출이 완전히 중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앞서 미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LG화학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조달처 다각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일본의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가정을 기반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며 "핵심소재는 과거부터 일본, 중국, 유럽 등 원료 다각화를 준비해왔고 그렇게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의 음극재, 도레이의 분리막을 사용하는 삼성SDI는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모두 국내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높다"며 "일본에서 공급 받는 소재도 있지만 규제로 인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정도로 비중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2차전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산업에 비해 2차전지는 주요 소재의 국산화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수출규제가 본격화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의 이동욱 연구원은 "배터리 소재의 경우 양극재, 음극재의 일본 수입 비중은 15%를 밑도는 수준"이라며 "일본의 비중이 83%에 육박하는 분리막도 생산능력 확대 및 중국 업체의 증설로 수출 규제 적용이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