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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내곡동 한국콜마종합기술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반일 감정이 깊어지면서 화장품 기업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화장품 제조기업인 한국콜마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윤동한 회장이 직원 조회시간에 막말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게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콜마는 ‘친일 기업’으로 불리며 소비자들의 불매 리스트에 올랐다. 홈쇼핑 업체들은 일시적으로 관련 상품 방송을 중단했고, 납품 업체들의 대응책 마련 요구에 압박을 느낀 윤 회장은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윤 회장의 유튜브 영상 내용을 둘러싸고 오해와 진실간 공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먼저 윤 회장이 친일 기업인이냐는 데 대한 공방이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분명히 아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오너일 뿐이다. 당시 윤 회장은 일본 수출 규제로 감정이 격해진 만큼 이성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해당 영상을 틀었다. 이 영상에는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는 극우 성향의 유튜버의 막말과 여성 비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이는 윤 회장의 잘못이다. 윤 회장이 해당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을의 입장인 직원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이날 해당 영상과 함께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 등 일본의 한반도 침략 역사와 함께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배경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일본의 뿌리가 백제인 점을 언급하며 일본이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성장하고 있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조회가 열린 당시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윤 회장을 친일 기업인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윤 회장의 평소 행보를 봐도 그를 친일 기업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윤 회장은 평소 역사 탐구를 즐기는 기업인이었다. 이순신 리더십에 푹빠진 윤 회장은 2016년 사재를 털어 이순신 장군 자(字)를 따온 ‘여해(汝諧)재단’을 설립해 역사 알리기에 나섰다. 국내 문화재 환수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해외에 반출된 ‘고려 수월관음도’를 25억 원에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영구 기증하기도 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는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친일 기업인과는 거리가 먼 행보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초기 화장품 업계 역시 긴장했다. 특히 콜마의 경우 1990년 일본콜마와 합작해 회사를 설립한 만큼 긴장감이 더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막말 영상’은 콜마를 친일 기업으로 불리게끔 만들었다. 일본의 기술과 지분으로 세워진 만큼 영상의 여파는 더 컸고, 주가 폭락과 거센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콜마는 일본 콜마의 지분율을 꾸준히 줄여나갔다. 현재 일본 콜마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 콜마 지분률은 49%에서 12.43%(한국콜마홀딩스 7.46%)다. 기술 문제 역시 독립했다. 비즈니스 관계상 많은 일본 기업이 국내 기업에 투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콜마는 어엿한 국내 토종 기업인 셈이다. 업계에서도 윤 회장이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반영한 영상을 상영케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콜마를 친일기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