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신뢰가 생명인 사회는 언제쯤 가능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23 10:46

한치호 여주대학교 겸임교수

한치호 여주대학교 겸임교수 - 복사본

▲한치호 여주대학교 겸임교수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서 우리사회의 구성원간의 신뢰는 언제쯤 회복될지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우선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우리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기관도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정부는 금융기관도 부도에 대비해서 예금보험을 가입하도록 하고 있고 금융소비자에게 일정 금액의 한도 내에서는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일부 상품의 경우는 보상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래서 금융기관에서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는 예금자보호가 적용되는 상품인지 반드시 확인한다. 판매직원은 금융소비자에게 예금자보호 상품인지 여부는 물론이고 위험성이 있는 상품일 경우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소비자 보호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또 사달이 났다. 독일국채금리 파생상품인 DLS의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당초에 투자손실은 90%까지 예상되었는데 만기가 돌아오면서 60% 손실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상품의 판매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제대로 고지가 되지 않아서 불완전 판매의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특정은행의 지점에 몰려가 고객들이 집단으로 항의하고 그 과정에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생겼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집단 소송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1%의 이자도 아쉬운 금융상품에 가입해서 60% 손실이라니 투자자들의 마음은 숯처럼 까맣게 탔을 것이다. 키코사태는 물론이고 미국의 모기지론 사태 당시 PB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그렇게 고객들에게 항의와 수모를 당했음에도 금융기관들은 도대체 이런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하게 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해서 완전히 이해를 시킨 후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 생명보험에 가입하신 분들은 "뭐 이렇게 서명을 많이 받나"하고 느끼신 적이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품의 내용이 어렵고 설명이 필요한 생명보험은 불완전판매를 없애기 위해서 장황한 설명서와 반드시 읽고 이해한다는 확인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다소 번거롭기는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신뢰가 가기도 한다. 이번의 DLS 사태도 원만히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추후에는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당국과 금융기관의 철저한 반성과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국민을 실망시키고 신뢰를 져버리는 분야는 정치 분야다. 아니 정치인들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제 다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지역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많은 분들이 지역의 활동 열심이다. 필자의 SNS 친구들 중에도 열심히 지역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분들이 여러분 있다. 지역을 돌아보니 낙후되어 있고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늘은 새벽시장을 가서 서민들의 삶을 보고 왔다는 등등 자신의 활동 내용을 사진과 함께 올리고 있다. 열심히 지역민심을 살피고 서민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있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선거철을 앞두고만 반짝한다는 사실이다. 선출직은 당선이 되고 나면 바쁘셔서 그런지 정말 얼굴한번 보기 어렵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그렇게 자주 보여주던 얼굴이 그저 보도나 홍보자료로만 볼 수가 있다. 그렇다보니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의 선출직 정치인들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실망감을 넘어서고 있다. 도무지 원칙이나 의지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 앞에서는 평소에 주장하던 소신이나 정의라고 부르짖던 신념조차도 그저 눈 질끈 감고 넘어가려 하고 있다. 도대체 이 사회에서 정권을 잡고 국가를 운영해보겠다는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행동인지 의심스럽다. 아니 사실 이럴 줄 알았다. 그동안 보여준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능히 가능한일이다. 솔직히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국민이나 대한민국의 100년을 생각해본 적이 있기나 한지 물어보고 싶다. 국민들은 그저 선거 때만 권력자고 왕이다. 자신들이 당리당락에만 이용되는 그저 무지 몽매한 민초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도덕은 무시되고 법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무슨 상황만 생기면 다 법으로 해결하겠다고 고소한다. 정치적인 해결이나 타협과 대화는 없다. 상대를 신뢰하지 않으니 상태가 죽을 때까지 찌르고 공격한다. 정치를 실종시킨 것은 국민들을 정말 우습게보았기 때문이다. 그저 선거철만 잘 보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국민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금융기관들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 아니라 빼앗아 갔다. 많은 선량한 국민들은 서로 이웃을 믿고 사회도덕을 신뢰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신뢰를 제일의 덕목으로 삼아야하는 자들은 국민을 헌신짝처럼 여기고 있다. 그래 기다려라 헌신짝이 당신들의 엉덩이를 걷어찰 날이 곧 온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