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 노트부터 예습까지…업계 "금융위, 과도한 저자세" 지적
"정부 주도의 맞춤형 인터넷 은행에서 혁신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비판도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흥행을 염원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이를 바라보는 금융감독원의 온도 차가 크다. 각종 규제로 인한 인터넷 은행의 혁신성이 옅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서의 인터넷 은행 출범이 매력적인 사업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제시됐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10일부터 진행되는 금융위의 인터넷 은행 예비 인가 심사 신청을 앞두고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는 본격적인 심사 신청 전인 이달 30일부터 후보군을 대상으로 사전 컨설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5월 인터넷 은행 예비 인가 심사 탈락 기업에 탈락 원인을 되짚어주는 ‘오답 노트’를 제공한 데 이어, 이번 인가에서는 ‘예습’을 통해 합격률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금융위 입장에서 이번 인터넷 은행 예비 인가 심사는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의 취임 후 첫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자 지난 5월 예비 인가 심사 결과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앞서 상반기 예비 인가 심사 결과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뱅크, 키움증권과 KEB하나은행의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하며 인터넷 은행 시장 흥행이 한풀 꺾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금융위의 사전 컨설팅 계획을 두고 업계에서는 ‘떠먹여 주기 식’ 인가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예비 인가 심사를 흥행시키겠다는 금융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금융위의 행보를 두고 금감원을 비롯한 일부 업계에서는 ‘과한 저자세’라는 지적도 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가를 심사하는 태도가 아닌, 지나치게 참여 후보 기업을 어르고 달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최근 이승건 토스 대표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한 공식 석상에서 한 "수행할 수 없는 불가능한 안을 제시했다"는 발언 역시 앞선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감원은 토스의 상환우선주(RCPS)에 대해 부채로 판단했다. 향후 투자자가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금감원의 판단을 두고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하는 토스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 탐탁찮아 하는 반응이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금감원 측은 "토스에 대해 금감원 내 악의적인 감정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돈을 예치해 그 돈으로 대출 상품을 파는 구조로 돼있다. 따라서 사후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서는 인가 과정에서 최소한의 자본 여건을 꼼꼼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인터넷 은행 시장 활성화가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흘러나온다. 당초 금융 혁신이라는 인터넷 은행의 취지와는 다르게 금융당국의 성과를 위한 구색 맞추기 출범은 기존 금융사와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인터넷 은행의 수익성은 결국 혁신성과 관련이 있다"며 "당국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는 신규 인터넷 은행 모델에서 혁신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유민 기자 yum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