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브라질의 'OPEC 가입' 부푼 꿈..."물거품 될 수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31 13:54

보우소나루 대통령, 사우디와 회담 후 비공식적 가입제안 받아

"원유시장 안정화 도움 되겠지만 경제 에너지부와 우선 논의를"

일각선 "감산정책 진행속 브라질까지 동참시 산유국 수익 악화"

브라질 국영 기업들도 원유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가입 반대의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좌), 석유수출국기구(OPEC)(우)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을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브라질이 ‘석유 카르텔’ 회원국으로 참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올 하반기부터 원유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린 브라질이 OPEC에 공식적으로 가입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을 둘러싼 카르텔의 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들은 브라질의 OPEC가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에 방문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포함 사우디 고위 관료들과 회담을 가진 후 사우디 측으로부터 비공식적인 OPEC 가입 제안을 받았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금융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사우디에 머물고 있다. FII는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가 주최하는 행사로, 국제 금융회사 및 정·재계 인사가 총출동해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FII 행사에서 "브라질이 OPEC의 회원국으로 등록되는 것을 개인적으로 희망하고 있다"며 "브라질은 상당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 일부 OPEC 회원국보다 매장량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에 따라 브라질이 글로벌 원유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다만 브라질이 OPEC 회원국으로써 참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경제부·에너지부 장관들과 먼저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회원국 참여에 대해서 OPEC 대변인들과 브라질은 현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초청하지 않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브라질이 OPEC에 정식적으로 가입을 할 경우 석유 카르텔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올 하반기부터 원유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리면서 지난 8월에는 역사상 최고치인 일평균 299만 배럴의 원유생산량을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브라질의 원유생산량은 지난해 일평균 271만 배럴을 기록했지만 올해와 내년 평균 원유생산량을 각각 290만 배럴, 322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IEA는 "지난 9월에는 일편균 원유생산량이 313만 배럴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OPEC 또한 브라질이 올해와 내년까지 비(非)OPEC 부문 글로벌 원유공급 증가량에 미국 다음으로 크게 기여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브라질은 유전이 풍부한 ‘자원부국’으로 꼽힌다. 브라질 대서양 연안에서는 해저 3500∼5500m에 형성된 염전층을 기준으로 하부 유전(pre-salt, 심해 유전)과 상부 유전(post-salt)이 있는데, 하부 유전에서만 최대 1000억 배럴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심해 유전 개발을 위해 설치된 플랫폼은 20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OPEC은 글로벌 원유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고, OPEC 회원국들이 수출하는 원유 중 60%가 글로벌 시장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석유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브라질이 OPEC에 합류하면 글로벌 원유시장을 둘러싼 석유 카르텔의 위상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원국 사이에서 현재 브라질은 사우디, 이라크 다음으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산유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사우디가 브라질에 OPEC 가입을 제안한다는 점은 글로벌 원유생산량과 시장에 대한 브라질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 또한 "수십 년만에 거대한 산유국이 OPEC에 가입하는 꼴"이라고 진단했다.


◇ 브라질 OPEC 가입에 돌아오는 차가운 반응들…‘큰 실수’

이렇듯 브라질의 OPEC 가입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OPEC 산유국들은 러시아 등의 기타 산유국들과 함께 감산정책을 이어오고 있으며 12월에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추가감산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브라질이 사상 최고 수준의 원유생산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같이 산유국 감산정책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질이 OPEC에 가입하게 되면 브라질 또한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셰일 붐’으로 인해 오랜 기간 저유가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브라질마저 감산정책에 동참하면 OPEC 산유국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실제 산유국인 에콰도르는 OPEC의 규제를 벗어나 산유량을 늘리고, 재정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내년 1월 OPEC을 탈퇴한다.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는 오히려 원유생산량을 늘리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로베르토 카스테요 브랑코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은 메시지를 발신했고, 로이터통신도 관계자를 인용해 "페트로브라스 내부에서는 OPEC 가입 여부에 대해 절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이어 "보이소나루 대통령이 이러한 입장을 밝힌 이유는 단지 사우디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 당국은 다음달 6일 자국이 소유하고 있는 해상 유전 2곳에 대한 권리 이전(transfer of rights) 경매를 개최한다. 해당 유전에 대한 탐사는 페트로브라스가 이미 완료한 상태로, 원유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엑슨모빌, 로열더치셸 등의 이른바 ‘빅 오일’이 원유생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매에 뛰어들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경매를 통해 최소 250억 달러(약 29조원) 이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해당 유전에서 약 150억 배럴어치의 원유가 생산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경매에 대해 "해상 원유생산 사업에서 이보다 더 확실한 베팅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원유생산량을 억제하고 있는 OPEC에 가입한다는 소식은 경매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큰 돈을 들여 경매 낙찰에 성공했는데 정부 방침으로 인해 마음껏 원유를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경매에 불참하거나 낙찰가가 저렴하게 형성되면 최대 피해자는 오히려 브라질 정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OPEC에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감산을 의미한다. 경매일정이 코앞인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말이 안된다"며 "이건 마치 호랑이에 날개를 꺾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귀국하면 에너지부 장관한테 한 소리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닉 커닝험 연구원은 "브라질의 OPEC 가입은 거대한 실수"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무엇을 얻으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와 관련해 "브라질은 OPEC한테 NOPEC(석유생산자담합금지법안)을 전해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OPEC은 산유국의 권익 향상을 위해 1960년 사우디를 중심으로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가 뭉쳐 출범했다. 그 이후로 카타르(1961년), 인도네시아(1962년), 리비아(1962년), 아랍에미레이트(1967년), 알제리(1969년), 나이지리아(1971년), 에콰도르(1973년), 가봉(1975년), 앙골라(2007년), 적도기니(2017년)에 이어 마지막으로 콩고(2018년)가 추가로 합류했다. 아시아 유일의 OPEC 회원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원유 감산 분담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회원국 자격이 정지됐다. 가봉은 한번 탈퇴를 했지만 2016년에 다시 가입했다.

반면 카타르는 올해 1월 탈퇴를 했고 에콰도르도 내년 1월 탈퇴를 앞두고 있다. 에콰도르가 빠지면 앞으로 OPEC 회원국은 13개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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