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정부가 모든 것을 해서는 안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05 08:28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확장재정’과 ‘공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만이 경제도 살릴 수 있고 공정사회도 이룰 수 있다는 연설로 이해된다.

문 대통령은 정부주도로 경제와 정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와 관련해서 문대통령은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 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시절 4% 대에 머물렀던 예산증가율이 문재인 정부 때는 2년간 평균 8% 이상 대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1%대에 진입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이는 재정을 확대한다고 해서 경제성장률이 증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사회 역시 정부와 여당이 주도해서 구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시각은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정운영이란 정책목표가 실패하면 할수록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문 대통령은 서둘러 국정운영방안을 대폭 수정하는 용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우선, 경제성장이란 민간에서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할 때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가 국가재정으로 신산업을 창출하거나 육성하는 경제정책 역시 민간투자를 억제를 하는 결과를 초래해 오히려 경제성장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며, 민간투자가 막혀있는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주 52시간 노동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금융이나 서비스 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대대적인 경제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정사회 역시 정부가 주도해서는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신만 확대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시부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하에 국민을 갑을로 구분하고 갑에 대한 청산을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갑과 을의 관계는 상황과 시대에 따라 쉽게 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정부는 항상 갑이라는 사실도 확인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법의 힘을 빌려 공정사회를 구현하려고 하는 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법 등은 오히려 또 하나의 강력한 갑을 만들어 국민들을 영원한 을로 만들려고 한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우리 사회는 갑과 을의 지위가 불분명해 지는 과도기적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던진 ‘공정사회’는 오히려 국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문대통령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고집 내지는 욕심을 버리고 국민들을 위한 국정운영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욕심과 의욕이 지나치면 때로는 교만 또는 독선으로 비춰질 수 있다.

국가원수의 독선은 국가와 국민 모두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정부가 무엇을 한다고 하기 보다는 국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정연설이 다시 나오길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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