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품은 태영·부영·중흥건설...'끝없는 잡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4 15:36

13일 SBS노조 태영건설서 시위 "윤석민 회장, 독립 경영 약속 어겨"

헤럴드경제 노보 "경영지원실 직원을 건설현장 회계직으로 파견해"

부영, 한라·인천일보 소유…SM그룹, 울산방송 최대액출자자


[에너지경제신문 신준혁 기자] 건설자본이 언론사를 매입하면서 발생하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지만 인수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SBS의 대주주인 태영건설 본사 앞에서 SBS 사유화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SBS 본부는 태영건설이 SBS에 대한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기본원칙과 독립 경영을 약속했지만 이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 내용은 SBS 사장 후보를 내세울 권한이 있는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에게 방송과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장 후보를 내우라는 요구다.

SBS는 오는 15일 차기 사장 후보를 공개하고 18일부터 사흘간은 차기 사장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정훈 현 SBS 사장의 유임이 유력한 가운데 사실상 윤 회장이 SBS사장 후보를 낙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SBS 노조는 윤 회장과 박 사장 등 SBS 경영진을 공정거래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눈 여겨볼 점은 건설사가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발생한 잡음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자본의 언론사 매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언론사를 노린 인수전은 계속되고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 7월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행하는 헤럴드 회장으로 취임했다. 중흥그룹이 헤럴드 지분 47.78%를 684억원에 매입해 경영권을 넘겨 받는 방식이다. 앞서 그룹은 2017년 광주 지역 일간지 남도일보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 직후 헤럴드경제 소속 기자들은 "대주주 변경에도 달라진 게 없다"며 경영 방침과 세부 전략 등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라는 성명을 냈다. 구체적인 정상화 로드맵과 취재 인프라 개선 등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지난달 헤럴드 경영지원실 소속 직원이 경기도 평택 중흥건설 프로젝트 현장으로 이직할 것을 통보 받으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한 이후 갈등을 겪고 있는 호반건설은 여전히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호반건설은 더 이상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경영진, 노조, 사주조합 서울신문 측 3개 그룹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이 불발될 경우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6월 포스코의 서울신문 보유 지분 전량(19.4%)을 사들여 3대 주주에 올랐다. 포스코가 지분 매도를 통보하기 전까지 서울신문 경영진 등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서울신문 측에 고용안정 보장, 편집권 보장, 신문사 발전을 위한 전문적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적대적 인수합병 등 불순한 의도로 풀이한다면 사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부영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2017년 인천일보의 최대 주주가 됐고 TV조선 지분도 5.5% 가지고 있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한라일보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부영은 2014년 한국일보사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삼라마이다스그룹(SM그룹)은 3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UBC울산방송의 최대액출자자 승인을 받았다. SM그룹 계열사인 SM상선은 경인일보의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이밖에 중도일보 대주주인 부원건설은 2014년 브릿지경제를 창간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건설사들이 지방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지역민 반발을 무마하고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지역 언론사를 인수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건설사와 언론사 간 지나친 비방전과 이른바 ‘지라시’ 등으로 사실이 왜곡되고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호반건설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서울신문 경영진과 우리사주조합장 등 7명을 특수공갈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커진 상황이다. 부영은 6월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인수 추진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구체적인 인수금액까지 언급됐지만 사실 무근으로 판명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으면 언론사는 건설사들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거나 인허가를 따내기 위해 활용될 것"이라며 "신문 구독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굳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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