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대입제도 개편안...자사고 등 정책에 교육계 '들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23 10:07

정부, 2025년 3월께 자사고 설립근거 등 담은 시행령 삭제키로

'차기 정부에 떠넘기기?'...자사고 일반고 전환 등 실행여부 논란

자사고 등 당사자와 협의無....조국 전장관 사태로 교육정책 '속도'

교육부, 28일 정시비율 상향-학종 공정성 강화 등 담은 제도 발표

▲'자사고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대(사진=연합)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는 안을 밀어붙이면서 교육계가 연일 들썩이고 있다. 자사고와 외고 등은 당사자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내용인데다 일반고 전환의 실행 여부가 사실상 차기 정부 손에 달린 만큼 해가 갈수록 각종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교육부는 이달 말 서울 주요 대학 정시모집 확대를 위한 대학입시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대한민국의 100년 미래를 좌우할 교육제도를 놓고 교육계의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자사고 등 일반고 전환 시행령 개정 작업 착수

정부가 2025년부터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달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당시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는 대한민국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만큼 입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은 당초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과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7년 11월에 고입제도 개선으로 외고·자사고·국제고의 학생선발권을 대폭 제한한 뒤 운영성과평가(재지정평가)를 통해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는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이후 국가교육회의에서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논의한다는 '고교체제개편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자사고 운영평가때 지역별로 다른 평가기준으로 일선 학교에서 극심한 혼란이 일자 정부가 아예 한꺼번에 일반고를 전환하는 것이 좋겠다는 안에 힘이 실렸다.

특히 정부가 이번 정책 추진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었던 결정적인 배경에는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배경이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은 외고 재학 중 의대 교수인, 같은 학교 학부모의 도움으로 의학논문 작성에 참여할 수 있었다. 즉 조 전 장관 가족처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외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이들이 본인 부모나 친구 부모의 도움으로 일반고생에 비해 '스펙쌓기' 경험을 쉽게 누린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공분이 일었다.

정부는 조 전 장관 사태로 인해 불거진 입시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속도를 냈다. 9월 당정청 협의회 때 자사고·외고·국제고 일괄 폐지안이 논의됐고, 지난달 대통령 주재 교육개혁 장관회의에서 2025년 일괄 폐지안이 공식화됐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해당 정책을 발표한 이후 법령에서 외고, 자사고, 국제고 유형을 삭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에서 열린 ‘제1차 고교 교육 혁신 추진단’ 회의에서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2025년에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어떻게 개정할지 논의했다.

회의 결과 정부는 2025년 3월께 외고, 자사고, 국제고의 설립 근거와 해당 학교의 학생 선발 시기 등을 규정한 시행령 4개 조항들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외고·국제고와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의 세부적인 내용을 규정한 다른 시행령 조항들도 모두 삭제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27일에 입법 예고하고, 유관기관과 국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친 후 내년 2월께 개정이 완료할 방침이다.


◇ 차기 정부 손에 달린 교육정책...실행 가능성은

즉 정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 근거가 명시돼 있는 시행령을 고쳐 이 학교 유형들을 모두 없애겠다는 복안이나, 실제 실행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선 시행령은 국회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행정부가 단독으로 고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이다. 만일 현 정부는 2025년에 외고,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나, 2022년 상반기에 들어설 차기 정권이 내세우게 될 교육정책에 따라 자사고·외고 등의 존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발표는 당초 정부의 구상에도 없던 내용일 뿐더러 자사고, 외고 등 당사자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실행 막판까지도 법적 다툼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달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 심리로 열린 소송 첫 기일에서는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놓고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배재고, 세화고 등 자사고 측 법률대리인은 "자사고 폐지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오로지 자사고 폐지를 위해 무리하게 진행된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또 자사고의 지위를 연장할지는 5년마다 시·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해 결정하는데, 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을 결정하는 운영성과 평가 기준을 대폭 변경하면서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새로운 평가기준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이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서울 자사고를 운영성과평가 점수 미달을 이유로 지정취소 결정하고, 교육부가 이를 승인하며 시작됐다.

해당 학교들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일단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소송의 결론이 날 때까지 이 학교들의 자사고 지위는 유지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들이 도입 목적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특성화 교육,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 확대, 개별학교의 자율과 책무성 중심의 교육 중 '선택권 확대'만 강조하고 나머지 목적은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2014년 1차 평가와 올해 평가 사이 5년 동안 평가지표는 계속 개선·보완됐고, 적절한 방법으로 공표한 만큼 에측 가능성이 없었다고 하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학부모들 만난 유은혜...학종 등 대입제도 개편안 고심

이렇듯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경우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교육정책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가운데 이달 말 발표를 앞둔 대입제도 개편안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한 카페에서 학부모 10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대입 제도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유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크기 때문에,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학종 쏠림이 컸던 대학에 대해서는 (정·수시 비율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정할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학부모들에게 학종 개편 방안과 정시, 수시의 비중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수렴한 의견들을 토대로 오는 28일 대학입시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번 대입 개편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정시 비율 상향'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이다.

유 부총리 등 정부 측 관계자들은 최근 "학종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서울의 일부 대학은 정시 비중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정시 확대 대상이 되는 대학이 어디인지, 정시 비율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 학부모, 학생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 폐지 등을 담은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리·봉사 등의 활동을 적는 비교과영역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작용하는 영역이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반면 고교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비교과영역이 축소·폐지되면 학종이라는 전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우려한다.

이번에 발표되는 대입 개편안은 대부분 2022학년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2021학년도 대입전형은 이미 확정 발표된 상태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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