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 '라임스캔들' 악재 딛고 조용병號 '신한지주' 힘 실을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28 08:14

내년 초대형IB 인가 신청 예정
금감원 종합검사 결과 '촉각'
결격 발견시 발행어음 업무도 제동
신한지주, 비은행부문 강화위해 증권사 경쟁력 필수


▲신한금융투자.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신한금융투자(이하 신한금투)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종합검사’라는 악재를 뚫고 내년 초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신한금투는 최근 환매 중단을 선언한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건으로 금감원의 검사를 받고 있다. 만일 이번 종합검사 결과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신한금투의 초대형 IB 도약은 물론 신한지주의 비은행부문 역량 강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신한지주' 증자업은 신한금투, 초대형 IB 신청 ‘저울질’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내년 초 금융당국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신한금투는 신한지주의 ‘실탄’을 등에 업고 올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4조2320억원으로 초대형 IB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섰다. 초대형 IB가 되면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해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앞서 신한지주는 지난 2016년 9월 신한금투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 5월 66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신한금투의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신한금투는 초대형 IB 심사에 통상 3개월 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초대형 IB 인가를 획득하고 발행어음 사업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 사업은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춰 초대형 IB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에만 허용해주는 상품이다.

증권사는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50%는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해야 한다. 즉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자본 여력도 큰 폭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자기자본 요건은 갖춰진 만큼 초대형 IB 인가는 내년 초로 계획하고 있다"며 "초대형 IB,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 신청을 동시에 진행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 금감원 종합검사 결과 내년 3월로 지연될듯

▲금융감독원.


문제는 초대형 IB로 도약을 앞둔 신한금투에 ‘금감원 종합검사’라는 돌발 악재가 덮쳤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신한금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신한금투가 수년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차입 주식’을 ‘보유 주식’으로 잘못 회계처리한 부분을 비롯해 라임자산운용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TRS는 주식 매각자와 매입자가 투자에 따른 수익과 위험을 나누는 파생거래 상품이다. 국내 금융투자에서는 통상적으로 기업이 보유주식을 증권사에 일정 수수료를 주고 맡기고, 기업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두 배로 조달받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라임자산운용이 지난달 1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한 배경에는 바로 이 'TRS'라는 파생상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은 무역금융 펀드 등 자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신한금투 등 증권사들과 TRS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더욱 큰 규모의 자산을 사들였다. 금감원은 신한금투가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번 종합검사에서 결격사유라도 발견되면 초대형 IB는 물론 발행어음 사업을 추진하는데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신한금투는 금감원 종합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금감원의 종합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까지는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신한금투가 초대형 IB 신청 시점을 내년 초로 정한 것도 금감원의 종합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신청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길어지면서 신한금투의 초대형 IB 신청 계획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사태에 워낙 많은 금융사가 연루돼 있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신한금투 종합검사는 내년 3월에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초대형 IB 인가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신한금투) 초대형 IB는 물론 앞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보인다"라고 예측했다.


◇ 조용병 회장, 종합검사 뚫고 '리딩금융' 마지막 퍼즐 맞출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금투의 초대형 IB 인가가 중요한 이유는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이끄는 ‘신한지주’의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신한지주가 비은행부문 비중을 확대하고 ‘리딩금융’의 위상을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신한금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서 조 회장은 비은행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올해 2월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이어 5월 부동산 신탁회사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하면서 지주사 내 신한금투 입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신한지주의 계열사별 당기순이익 비중을 살펴봐도 신한은행(66%), 신한카드(14%),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8%), 신한금투(7%) 순으로 신한금투가 가장 적다. 이처럼 신한금투의 초대형 IB 인가는 리딩금융의 위상을 구축하기 위한 조 회장의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별 당기순이익 비중.(자료=신한지주)


조 회장이 비은행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국내 금융사의 대내외적인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국내 대형 금융사들은 저금리 기조로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비이자이익과 비은행부문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신한지주와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은 지난달 말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은행은 물론 카드나 보험 역시 업황 부진으로 의미있는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에 증권에 중점을 두겠다"라고 말했다.

신한금투의 초대형 IB 인가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 회장의 의지다.

신한금융그룹은 KB금융과 비교해 증권사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신한금투는 국내 증권사 내 자기자본 순위 7위로 KB증권(5위)보다 두 순위 뒤쳐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투가 금감원 종합검사 결과로 인해 초대형 IB 인가에 차질을 빚을 경우 조 회장의 ‘비은행부문’ 강화는 물론, ‘리딩금융’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는데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조 회장이 신한지주를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놓는다고 해도 ‘증권사’의 경쟁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이 위상도 반쪽짜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신한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뺏기고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KB증권이 이미 국내 자본시장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라며 "신한금투가 초대형 IB를 인가받지 못한다면 조 회장의 '1등 DNA'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연임이 기정 사실화된 조용병 회장 입장에서는 내년 리딩금융을 위해 증권사를 더욱 키우려고 할 것"이라며 "만일 초대형 IB 인가에 제동이 걸리면 지주사 내 신한금융투자의 입지는 물론 조 회장의 큰 그림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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