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 등 대거 유죄...경영안건 등 의사결정 차질
이재용 '준법감시' 의지...조직개편에 반영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삼성그룹이 '준법경영' 강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정농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자료 증거 인멸, 자회사 노동조합 와해 사건 등으로 회사의 도덕성과 신뢰도에 흠집이 나며 대국민 신뢰 회복이 최대 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은 잇따르는 '기업 윤리' 관련 문제에 따른 경영 리스크로 사상 초유의 ‘시계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삼성전자 인사담당 임원인 강경훈 부사장이 법정 구속됐고, 이날 판결로 모두 26명의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부사장 3명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아 구속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이 이어지는 삼성의 주요 현직 임원이 실형을 받으면서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 내년도 경영 계획 확정 등 당면한 기업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전문 경영인을 견제하고 중요 경영 안건을 의결해야 할 이사회 수장이 구속되면서 주요 의사 결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의 준법경영 시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이날 삼성이 노조와해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기존의 노사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형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문을 낸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실제 삼성이 법리적 차원을 떠나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강력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본다. 국내 1위 기업으로서 이를 도입하는 것 자체로도 사회에 파급력이 있는 데다 앞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삼성 측에 "다음 재판 기일까지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이라는 숙제를 던진 만큼 이 부회장 측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관련 과제 해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향후 인사를 겸한 조직 개편에서 이러한 실천 의지를 반영해 준법경영 조직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지난 6일 3차 공판에서 "또 다른 정치 권력에 의해 향후 똑같은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삼성 차원의 답을 다음 기일까지 제시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때를 맞춰 이날 방한한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발렌베리 회장의 준법경영에 대해 심도있게 의견을 나누고 이를 회사 경영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재벌경영 처럼 가족 경영 체제로 유명한 발렌베리 가문은 SEB,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중공업 업체 ABB 등 100여 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스웨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하지만 ‘소유하되 지배하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다양한 사회공헌을 펼치며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추앙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