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토지처분-자본확충' 움직임 분주...최대 안전자산은 '현금’

나유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3.24 08:05

유휴지분 및 보유주식 매각...‘유동성 확보’ 차원
금융사들, 신종자본증권 발행 분주...기관들 수요도↑

▲서울시 전경(사진=나유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현금을 확보하는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유 중인 주식이나 토지, 부동산 등을 매각하는가 하면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는 식으로 현금 비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유휴지분 팔고 토지 처분...‘유동성 확보’ 착착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타 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 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23곳이다. 이 기간 유형자산처분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10곳이다. 즉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주요 기업들이 타 법인 주식이나 유형자산 등을 처분해 ‘현금 쌓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작년 같은 기간 유형자산처분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없었고, 타 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 공시를 결정한 기업들은 22곳이었지만, 대체로 올해보다는 처분 규모가 크지 않았다.

기업별로 보면 코스피 상장사 경방은 이달 21일 광양종합건설에 경방 반월공장 일부를 연말까지 570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처분금액은 자산총액 대비 4.38%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반월공장 유휴지분을 처분해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라교역, KJ프리텍, THE E&M, 부산주공, 영흥철강, 아모레퍼시픽그룹 등도 코로나19 이후 유형자산을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중 영흥철강은 이달 10일과 11일 연이어 토지처분을 공시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소재한 토지 2만3622.10㎡ 가운데 3341.4㎡와 3338.9㎡의 토지를 각각 주식회사 다온이앤지, 스탠다드엔지니어링에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건은 자동차부품사업부 공장을 통합, 이전해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규 투자재원 및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코오롱인더, SKC코오롱PI 지분매각 마무리...미래재원 확보

LG전자, 한국코퍼레이션,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은 보유 중이던 주식을 다른 법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달 6일자로 SKC코오롱PI 지분을 코리아PI홀딩스로 매각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이달 6일 공시했다. SKC코오롱PI는 2008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SKC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재무구조 건전화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이달 7일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를 매각하기 위해 LG 홀딩스 홍콩에 대한 보유 지분 전량을 싱가포르투자청(GIC)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리코 창안 유한회사에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6688억원으로, 유동성은 물론 미래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주요 기업들 가운데 다음달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곳이 많은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2월 만기인 국내 회사채 50조8727억원 가운데 4월 한 달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으로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채 만기 연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식이나 토지 등 처분 가능한 자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다행이다"며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달러현금을 보유하거나 자산 처분 등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융사들,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 발행 봇물


이와 별개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재무건전성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향후 인수합병(M&A)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을 단행하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은 5~10년 내 조기상환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이달 6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작년 말 15.4%에서 0.19%포인트 끌어올렸다. 우리은행은 당초 후순위채 25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52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발행액을 3000억원으로 증액했다. IBK기업은행도 이달 18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등에 활용하기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조건부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5~10년으로 만기가 길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도 높은 상황이다"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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