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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금융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디지털 전환(DT)’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직접 확인한 만큼 디지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조직을 업그레이드 해 디지털 금융회사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며 디지털 전환에 더 많은 힘을 싣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디지털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이 자제되는 분위기 속에서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채널 사용을 권고하며 고객들이 금융업무를 처리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정기적으로 온라인, 모바일뱅킹 등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은행 창구를 꼭 방문하지 않고도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고객과 은행 모두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재택근무나 분산근무가 가능했던 것 또한 디지털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온라인 업무가 활성화해 있어 시스템이 분산돼 있었기 때문에 금융사 인력을 나눠도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경영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디지털 전략만큼은 예정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대응에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금융사들은 디지털 전환에는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최근 ‘디지털 후견인 제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후견인 제도는 각 그룹사 최고경영자(CEO)가 디지털 핵심기술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디지털 리더십을 키워 해당 그룹사 CEO가 디지털 핵심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지시에 따라 신한금융이 지난 23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 그룹사 CEO들은 우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 총 5가지 핵심 기술을 직접 관리한다. AI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빅데이터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각각 담당한다. 클라우드는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 블록체인은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헬스케어 분야는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후견인으로 지정됐다. 이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새로운 비지니스 협업과제를 발굴하고 사업성을 점검하는 등 종합적인 제도관리 지원에 나선다.
신한금융은 올 초 이성용 신한DS 사장을 최고디지털 책임자(CDO)로 임명해 그룹 디지털 총괄을 맡도록 했으며, 신한AI와 신한아이타스, 신한DS 등 디지털 관련 계열사들 시너지를 강화하며 디지털 사업 추진력을 높이고 있다. 조 회장도 ‘혁신’ 금융을 꾸준히 강조한다. 그는 올 초 그룹 전략으로 ‘디지털 생태계(Eco-system)’를 포함한 F.R.E.S.H 2020을 제시했다. 지난 18일 열린 그룹 경영회의에서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 중 오직 3%만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혁신 금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NH농협금융그룹은 지난 24일 새 NH농협은행장에 ‘디지털 전문가’인 손병환 전 농협금융 부사장을 선임하며 ‘디지털 금융’에 더욱 힘을 실었다. 손 행장은 농협중앙회 기획실 실장, 농협미래경영연구소 소장,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 등을 거친 기획·전략통으로 꼽히는데, 특히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을 맡으며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손 행장은 지난 24일 농협은행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됐으며, 임기는 26일부터 시작된다.
농협금융 또한 올 초 ‘디지털 경영혁신’ 등의 내용이 담긴 ‘디자인(DESIGN) 경영’을 향후 10년의 전략방향으로 제시하며 디지털 전환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다. 디지털 금융그룹 전환을 목표로 오프라인 자산관리(WM), 혁신금융 역량 기반 확충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서 디지털 중요성이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부각된 만큼 금융사들은 디지털 전환에 더욱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직접 확인했다"며 "금융권에서 디지털 비중이 더욱 높아진 만큼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