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대구은행, 키코 배상안 '네번째 연장'…끝 안보이는 키코 터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6 16:46

"이사회 바뀌고 코로나 금융지원 집중…키코 검토 시간 더 필요"

작년 12월 금감원 분조위 후 우리은행만 배상…산업·씨티은행은 거부

3개 은행 네번째 연기…결론까지 장기화 조짐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신한·하나·DGB대구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또 한 차례 연기했다.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분쟁조정위원회에 오른 6개 은행에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으나 4개월이 지나가도록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금감원에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전달해야 하는 신한·하나·대구은행 3개 은행은 또 한 차례 수용 여부 결정을 미뤘다. 1차 수락기한은 1월 8일, 2차 수락기한은 2월 7일, 3차 수락기한은 3월 6일이었는데, 이번에도 수용 결정 연기를 요청하며 총 네 차례 미뤄졌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이사회 구성원이 바뀐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배상안 수용 여부를 이날까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3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했고, 하나은행은 사외이사 1명과 사내이사 1명을 새로 선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원이 최근 바뀌었고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키코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해 기한 연장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또한 대구·경북 지역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만큼 금융지원에 집중하느라 키코 사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11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키코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후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키코 재조사를 지시했고,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분조위를 열어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인정했다. 분조위에 오른 신한·우리·KDB산업·하나·대구·한국씨티은행 등 6개 은행에는 피해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금융당국 결정에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한 은행 보상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으나, 분조위 결정을 따른 곳은 우리은행 뿐이라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금감원과 대척점에 선 상태다. 단 씨티은행은 추가 배상 대상 기업에는 자체 검토 후 적정한 보상을 해줄 것을 고려하기로 했다. 이날 신한·하나·대구은행이 또 다시 수용 여부를 미루자 내부적으로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기류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배상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면 이렇게 시간을 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금감원 눈치를 보느라 거부 입장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들이 분조위에 오른 기업 외 나머지 기업들에 배상하는 은행 협의체 참여 등을 거론한 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향후 배상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키코 사태를 다시 조명시킨 금감원은 은행들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분조위 결과는 강제성이 없어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금감원에서 더는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보통 분조위 결과가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당사자들은 법정으로 가게 되는데, 키코 사태는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사안이라 법적 다툼까지는 가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 결과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배상안 수용 여부는 은행들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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