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윤종원 기업은행장, '코로나19 지원' 총력전...노사갈등은 '난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7 08:10

‘자영업자 지원’ 1순위로...현장애로사항 청취
직원들, ‘대출지원 업무’에 ‘KPI 달성’ 부담 가중
올해 순이익 급감 불가피...KPI 유보 결정도 부담
금융노사, ‘KPI 검토’ 공동선언...갈등해결 기대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달 17일 금속절삭기계 제조업체인 휴텍엔지니어링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사진=기업은행)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취임 100일을 앞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인들을 지원하는데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계속해서 불거지는 노사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부 영업점 직원들은 현재는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상반기만이라도 경영평가를 유보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측 역시 직원들의 상황은 이해하나, 당장 1분기부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영평가를 유보하는 것은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과 금융산업노조가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경영실태평가 유예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업은행의 노사 갈등 역시 조속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코로나19’ 지원 집중...직원들은 ‘딜레마’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 3일 취임한 윤 행장은 이달 11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윤 행장은 이 기간 수익창출에 급급하기보다는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면서 ‘기업은행장’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담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표자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상담·방문일자를 분산하는 ‘상담 홀짝제’를 실시하고, 보증서 심사·발급, 대출을 은행에서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초저금리특별대출 간편보증 업무’도 도입했다. 코로나19 피해기업 특별지원 한도가 소진될 경우 즉각적으로 규모를 늘리고 추가 지원을 결정한 점도 눈길을 끈다. 임직원 교육시설인 충주연수원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데 이어 실제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도 윤 행장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계속해서 불거지는 노사 갈등은 윤 행장이 풀어야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윤 행장은 올해 1월 3일 공식 임기를 시작했지만,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이 이어지면서 실제 취임식은 27일 뒤인 1월 29일에나 열었다. 이후 양측은 ‘갈등’이 아닌 ‘화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주력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다시 노사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영업점 직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대출을 상담받으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업무량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늘었는데, 전체 이익 목표치가 조정되지 않은 것이 이번에 불거진 노사 갈등의 핵심이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상담을 진행하는 동시에 금융상품까지 권유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 13개 지표 실적목표치 내렸지만...체감도는 ‘글쎄’

기업은행
기업은행은 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해 6월 말까지 핵심평가지표(KPI) 35개 항목 가운데 개인교차판매, 기업교차판매, 적립식 예금, 신용카드 이용대금 등 13개 지표에 대해서는 실적 목표치를 15% 하향 조정했지만, 전체 이익 목표치를 줄이지 않아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도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상반기까지만이라도 경영평가를 유보하거나 코로나19 지원 항목을 신설해 직원들이 다른 업무보다 금융지원 쪽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는데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한 내부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들을 지원하고 돕는 것은 국책은행 임직원들이 해야할 당연한 일이고 직원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며 "그러나 직원들 중에 상당수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KPI를 위해 상품까지 권유해야하는 상황과 관련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KPI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올해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인한 대손비용률 상승, 저금리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축소 등으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KPI를 유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올해 실적보다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KPI를 변경할 경우 다른 시중은행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KPI 유보 검토" 노사정 공동선언, 기업은행에 ‘핵심 키’ 될듯

이 가운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사용자협의회 등 노사정이 공동선언을 통해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KPI를 유보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향후 기업은행 노사가 협상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등 총 35개 기관이 속해있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당국이 KPI보다는 금융지원이 우선이라는데 공감대를 이룬 만큼 기업은행 노사 역시 이를 근거로 보다 전향적으로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자 시중은행으로서 공공성, 수익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기업은행 상위 기관인 사옹자협의회에서 당국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만큼 기업은행 노사 역시 좋은 방향으로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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