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쇼크에도 美 석유메이저 "배당금 지급은 계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06 08:00

코로나19 여파로 유가 폭락 충격

엑손모빌, 6억1000만달러 순손실…쉐브론은 매출 325억달러로 11%↓

악실적에 지출 운영비 감축하지만 배당금은 자국 기업 중단에도 지급

유럽 석유社와 상반된 행보도 주목

▲엑손모빌(좌), 쉐브론(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폭락으로 엑손모빌, 쉐브론 등 미국의 거대 석유업체들이 ‘어닝 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석유 공룡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원유수요가 계속해서 위축될 것으로 보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놓이자 주주 배당 중단 또는 감축을 선언한 글로벌 대기업들과 달리 이 두 회사는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모아진다.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은 지난 1분기 6억 1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매출은 561억 6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대비 약 12% 감소했다. 엑손모빌이 분기별 적자를 기록한 것은 과거 엑손과 모빌 그룹이 합병했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엑손모빌의 작년 4분기 매출은 671억 7000만 달러다.

미국의 또다른 거대 석유업체 쉐브론 역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약 11% 감소한 315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8% 급증한 36억 달러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자산매각과 환율변동 등 일회성 요인들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쉐브론은 작년 4분기에 363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유가가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석유 메이저들의 실적악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엑손모빌의 경우 유가하락으로 사업과 자산의 가치가 무려 29억 달러 급감했고, 이것이 적자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엑손모빌과 쉐브론의 원유생산량은 전년대비 각각 2%, 6% 늘었음에도 매출은 타격을 입었다. 이는 그만큼 이들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분기 쉐브론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324만 배럴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는 단기간 수요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쳐 과잉공급과 상품가격에 대한 유례 없는 수준의 하방 압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워스 쉐브론 CEO는 "원유 수요는 우리가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수준까지 떨어졌고 공급측면에서의 반응은 상당히 느리다"며 "시장과 가격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중 무역합의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배럴당 최고 63.27달러를 기록했지만 최근 20달러선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연계된 원유수요 증발,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을 배경으로 하는 석유 전쟁 등의 악재로 WTI 가격은 지난달 ‘마이너스권’까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또 주요 산유국들이 이달 1일부터 감산합의 이행에 들어갔지만 원유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줄어든 원유 소비가 기대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저유가 기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선진국 경기 둔화는 원유 수요의 개선 시점을 지연시키는 만큼 하반기에도 저유가 기조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피에르 브레버 쉐브론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원유수요는 언젠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집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각인돼 통근 규모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실적 악화에도 배당 건드리지 않는 엑손모빌·쉐브론


이에 따라 엑손모빌은 실적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 계획을 30% 줄인 23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운영비용도 15%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특히 퍼미안 분지에서 가장 많은 감축을 진행해 원유생산량을 하루 40만 배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즈 CEO는 "회사는 여전히 견고하고 수십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시장 침체를 헤쳐나갈 것"이라며 "시황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직원들의 전문성, 큰 사업규모와 막강한 자본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쉐브론 역시 자본지출을 140억 달러로 줄이고 운영비용도 약 10억 달러 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쉐브론의 5월과 6월 원유생산량은 각각 하루 20∼30만 배럴, 20만∼40만 배럴 감축될 것으로 추정된다. 쉐브론 측이 "현재의 시장 상황이 지속되는 한 향후 실적은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만큼 저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셰일 산업이 침체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유생산량이 감축되면서 이에 대한 연쇄반응으로 직원해고라는 사태가 이어질 수 있는 점은 석유 산업에도 큰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엑손모빌과 쉐브론이 파산위기에 놓인 미 에너지 기업들을 기회 삼아 저가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브레버 CFO는 "(저가인수는) 현재 우리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우리도 기타 업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관리가 급선무"라며 인수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쉐브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점에서 코로나 사태를 맞이했고 남들보다 강하게 코로나 사태를 벗어날 계획이다"며 "이럴 경우 인수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엑손모빌과 쉐브론이 투자규모와 비용지출을 축소하는 이유는 배당을 중단하거나 줄이지 않기 위해서다. 워스 쉐브론 CEO는 비용절감 계획과 관련 "이러한 조치는 배당 보호, 장기적 가치 창출을 위한 자본마련, 강한 대차대조표 유지 등과 같은 재정적 우선순위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봉쇄조치로 경제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살아남기 위해 주주 배당을 아예 중단하거나 줄이면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엑손모빌과 쉐브론은 ‘배당 지급’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약 80년만에 처음으로 배당을 중단했고 자동차기업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역시 매출 감소를 이유로 배당 계획을 멈췄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시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배당 지급을 중단했고 글로벌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 크루즈 관광업 1위 카니발, 글로벌 호텔업체 힐튼·메리어트 등도 역시 주주 배당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쉐브론의 경우 대공황 이후 배당을 삭감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기조를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삼았다. 특히 쉐브론 측은 앞으로 2년 동안 브렌트유가 배럴당 30달러에 머물러도 배당지급을 지속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업체들과 함께 실적악화를 겪은 유럽 석유업체들과의 행보와 상반됐다. 유럽 최대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은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이 2400만 달러를 기록했다며 배당을 전 분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배당을 줄이는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노르웨이 국영석유사 에퀴노르 역시 시황악화와 원유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배당을 67% 삭감했다.

벤 반 뷰르덴 CEO는 배당 감축과 관련 "글로벌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은 우리의 수익성, 현금흐름과 대차대조표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는 장기적 계획에 대한 초점을 반드시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리서치 업체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은 배당 축소로 약 100억 달러가 마련될 것으로 추산된다. 업체는 또 로열더치셸의 배당금 축소가 장기화될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열더치셸은 자사 사업운영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0)로 맞추기 위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석유업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8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67% 감소했지만 배당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BP는 부채비중이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로 급증하고 있어 이러한 방침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BP는 지난 1분기에만 부채가 60억 달러 급증해 총 규모가 514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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