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100일간 분석 올해 수요 6% 하락…1분기 전력생산량은 전년比 2.6%↓
중국 등 석탄수요 급감도 낙폭 키워…향후 전면적 봉쇄땐 月수요 20% 뚝
차세대 육상풍력 LCOE 9% 하락
풍력발전 올해 큰 폭 성장 전망 속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30%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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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사진=연합)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에너지 수요도 덩달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만 유일하게 강자로 살아남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LCOE는 초기투자비와 자본비용, 연료비, 운전유지비, 탄소가격 등의 직접 비용과 할인률을 고려해 추정한 전력 생산비용이다.
◇ 코로나19로 전력수요 줄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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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2020년 세계 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지난 100여일 동안 에너지 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한 결과 올해 세계 에너지 수요는 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에너지 소비가 높은 인도의 총 에너지 수요와 맞먹는 규모이며 2008년 금융위기보다 7배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지난 1분기 글로벌 전력 생산량은 작년 동기대비 약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 한해 세계 전력 수요는 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낙폭이다.
IEA는 전염병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리고 확산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의 강도에 따라 에너지 수요 전망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IEA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면적 봉쇄조치(락다운)에 들어갈 경우 전력 수요가 월간 기준 최소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력산업이 침체기를 이어간다는 점은 전력생산에 사용되는 발전원까지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는 의미다. 특히 석탄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코로나19 발원국인 중국은 올해 1분기 석탄 소비량이 전년대비 8% 감소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풍부한 천연가스와 따뜻한 겨울철로 인해 석탄 수요가 각각 30%, 20% 가량 급감했다. 미국에서는 21세기 사상 처음으로 석탄이 발전비중의 20%를 밑돌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올해 세계 석탄에 대한 수요가 8% 정도 떨어지면서 석탄발전량이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한국의 경우 올해 석탄수요가 5%∼1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천연가스도 예외가 아니다. 천연가스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수요가 증가했었지만 올해의 경우 수요와 발전량이 각각 5%, 7%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천연가스가 대규모로 개발되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IEA는 "그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던 가스 산업에 매우 큰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IEA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 1분기 천연가스 수요가 각각 4.5%, 2.6% 줄었고 일본의 천연가스 수입량 역시 3% 감소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2월 국내 천연가스 판매량이 2.5% 떨어졌다.
아울러 원자력 발전의 경우 전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난 1분기 발전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신규 원전 프로젝트가 2021년까지 지연되고, 기존 원전 폐쇄 등이 맞물리면서 IEA는 올해 글로벌 원전 발전량이 2.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오히려 증가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력 수요가 줄면서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발전시장에서는 암울한 결과가 이어졌지만 재생에너지만큼은 대조적인 성과를 보이며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IE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3% 증가했고 발전 비중도 작년 1분기 26%에서 올해 1분기 28%로 증가했다.
IEA는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올 한해 동안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5%까지 급등해 글로벌 발전비중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풍력발전이 올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중국과 미국은 올해 안에 풍력발전소가 가동되어야만 정부차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완성을 서두르는 업체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신규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이 생기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이 침체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작년에 완료된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들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재생에너지는 비용이 낮아 혼합형 발전인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줄어도 타격이 덜했다는 설명이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100 GW(기가와트)의 태양광과 60GW의 풍력 발전소가 새로 설치됐다.
나아가 지난 1분기 바람이 평년대비 많이 불은 점 또한 재생에너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세계적인 락다운 조치의 시행 이후 전력수요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며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사상 최고 수준의 발전량을 기록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에 역사적인 충격을 안겨줬다"며 "석탄, 천연가스 등의 주요 원료는 믿기 어려운 수준으로 수요가 급감한 반면 재생에너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유일하게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하락세 이어가는 태양광·풍력 발전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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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BNEF |
여기에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발전은 한층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는 와중에 발전단가가 계속 떨어지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더 큰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 육상풍력과 발전소급 태양광발전에 대한 글로벌 벤치마크 LCOE는 작년 하반기 이후 각각 9%, 4% 하락해 메가와트시(MWh)당 44달러, 50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너지 저장 등을 위한 배터리의 경우에도 4시간 가동 기준 벤치마크 LCOE가 2년 전 대비 거의 절반가량 떨어진 MWh당 150달러로 집계됐다.
BNEF는 "차세대 태양광과 육상풍력 발전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으로 등극됐다"고 평가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태양광 발전에 대한 비용은 MWh 당 300달러를 웃돌았고 육상풍력 발전 역시 가격이 100달러대에 머물렀지만 발전설비 규모가 커지고 최신 기술이 도입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BNEF는 최근 풍력발전소의 평균 설비규모가 과거 2016년 대비 약 2.3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태양광의 경우 3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인 티펜 브랜딜리 연구원은 "태양광과 풍력의 가격경쟁력은 극적인 개선세를 보여왔다"며 "태양빛과 바람 등의 자원을 추출하는 데 있어서 관련 기술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규모를 늘림으로써 비용절감을 현실화할 수 있었다"며 "발전소 규모가 클수록 운영, 유지보수 비용이 절감되고 관련 장비나 부품을 주문하는데 있어서도 협상력이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지역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비용이 벤치마크 가격보다 더 낮은 경우도 있다.
BNEF에 따르면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에서는 성능이 향상된 단결정 태양광모듈의 채택량이 급증하면서 발전비용이 석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인 메가와트시당 평균 35달러까지 떨어졌다. 중국에 이어 호주, 칠레, 아랍에미리트에서 최근 저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태양광 프로젝트로 LCOE가 23달러∼29달러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풍력 역시 바람이 풍부한 브라질에선 발전비용이 세계 최저가인 MWh당 24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며 미국, 인도와 스페인에서도 LCOE가 각각 26달러, 29달러, 29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배터리 저장장치는 저장용량 관련 성능이 4년 전의 수준 대비 4배 가량 늘어났고 제조업체 증가, 에너지밀도 향상 등이 맞물리면서 LCOE 하락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브랜딜리 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2030년 이맘때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대한 LCOE는 MWh당 2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