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선제적 사업재편을 위해 원샷법 대상 확대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18 10:26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임동원



코로나19의 대유행(펜데믹)으로 공급망이 붕괴되고 수요가 위축되면서 실물경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실물경제의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면서 대공황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위기 이전부터 경제체력이 쇠약해진 상태였으므로 위기의 충격은 더 클 것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회복기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로부터의 신속한 회복을 이룰 수 있었지만, 현재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현금성 복지 확대’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폭이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 업종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이 사업재편을 통해 생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반도체 이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므로 경쟁력 있는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서 기업체질을 강화하는 방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현행 제도가 지원 업종의 제한이 심하고 심사 문턱마저 높아, 그 활용이 어렵다는 재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사업재편지원제도가 주로 부실기업 위주의 구조조정 제도이거나 일부 산업(금융), 벤처 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주력산업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2016년 8월부터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시행하여 과잉공급업종에 속한 기업이 구조변경이나 사업혁신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3년 한시법이었던 원샷법은 2019년 개정을 통해 5년 연장되었고, 그 적용범위가 신산업 진출 기업 및 산업위기지역 기업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사업재편 승인 현황은 2017년 52건, 2018년 34건, 2019년 9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원샷법의 한정된 지원대상과 낮은 실효성이 여전히 비판받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업들의 사업재편에 대한 필요성이 전례 없이 커지고 시급해졌지만, 당장 원샷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샷법의 적용대상이 ‘과잉공급업종 소속 기업, 신산업 진출 기업, 위기 지역의 주된 산업에 속한 기업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부실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정리해 코로나19의 충격을 대비하려는 기업이 원샷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심사기준도 엄격해서 현재 도산위기에 처한 항공운송업마저도 원샷법을 적용받기 어렵다. 과잉공급업종 선정기준을 보면 최근 3년 평균 매출액ㆍ영업이익률이 과거 10년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해야 하는데, 최근 전경련의 자료에 따르면 항공운송업은 최근 3년 평균실적(9.49%)이 최근 10년 평균(7.77%)보다 높아 원샷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19에 폭락한 국제유가의 영향까지 받는 정유업종도 석유화학의 경우 3년 평균(11.09%)이 10년 평균(8.57%)보다 높아 원샷법의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기업이 원샷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

원샷법이 자발적인 사업재편에 장애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적용대상을 모든 업종(전산업)으로 확대하고 심사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원샷법의 도입시 주요 참고대상이었던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은 전산업에 제한 없이 적용되고 주무부처의 승인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제한된 업종과 민관합동심의위원회라는 절차가 추가적으로 존재하는 우리 원샷법보다 실효성이 높다. 잠재적 부실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 지원이라는 원샷법의 입법 취지와 코로나19로 인해 업종과 무관하게 모든 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우선 적용대상을 전산업으로 확대해서 기업들의 선제적ㆍ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해야 한다. 전산업으로의 적용대상 확대는 원샷법 제4조(적용범위)의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의 최우선 처리대상 법안에 포함해서 조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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