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검찰에 "경영권 의혹수사 타당성 판단해 달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6.03 16:2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에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 부회장 관련 수사가 2018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시작돼 1년 8개월여 간 이어지며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삼성 측이 내린 전략적 결단으로 본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결백함을 강조하면서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일반 국민 시각에서 판단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또 삼성 측이 이 부회장과 삼성 측 임직원을 겨냥한 과도한 ‘표적 수사’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은 삼성에 대해 수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경영진을 잇달아 소환해왔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검찰의 압수수색은 삼성 관계사 17곳에서 7차례 정도 이뤄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 속에 절박한 심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본다. 이번 건으로 이 부회장이 다시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계열사 합병 건 외에도 2017년 2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뒤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며,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의혹과 관련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잇단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해왔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시작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다. 같은 달 중순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산시성 시안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으며, 경기 평택사업장에 모두 18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한편 수사심의위는 규정상 150∼250명 이하의 사회 각계 사법제도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고 해서 실제 수사심의위가 개최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운영 지침에 따라 소집 신청을 받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즉시 대검찰청에 이를 보고하고, 검찰시민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수사심의위로 보낼지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는 시민 참여를 통해 검찰의 기소 재량권을 견제·감독함으로써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2018년 대검찰청 산하에 설치됐다. 심의 대상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다. 구체적으로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 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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