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력공급예비율 34.3%,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아
1분기 산업용 전력 판매량,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줄어
전기도매가격도 저유가 기조로 인해 당분간 반등 요원
발전업계,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가 유일한 실적 개선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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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때이른 폭염에도 올여름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산업용은 물론 일반 가정용, 상업용 전력수요가 크게 줄어 여름철에도 예년보다 수급이 여유로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발전업계에서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에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정세균 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상된다며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예년보다 덥고 폭염과 열대야 일수도 많을 것으로 예보돼 냉방기 사용이 늘면서 가정용 전력수요는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전을 우려했던 최근 몇 년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전력거래소 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일시는 18일 오후 5시 6만5700메가와트(㎿)였고, 공급 예비력은 2만2511MW였다. 이때 공급예비율은 34.3%로, 월별기준으로 199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전력 공급예비율은 전국의 발전소에서 당장 공급할 수 있는 발전량 가운데 생산되지 않은 전력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통상 한 달 중 최대전력 일시를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이 비율이 34.3%라는 것은 한 달 중 전기 소비가 가장 많았던 날에도 30% 이상 전기가 남았다는 뜻이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를 보면, 올해 1분기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총 7097만 메가와트시(MWh)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아직 4~5월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코로나19 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산업용 전력 수요는 더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전기도매가격인 전력시장가격(SMP)도 저유가 기조로 인해 당분간 반등이 요원하다. 올해 1월 킬로와트시(KWh)당 84.3원 수준이던 SMP는 불과 4개월만인 5월에는 약 69.5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전력도매가격은 사실상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의 발전단가가 결정하는데, 국내에 수입되는 LNG 물량 중 대부분이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다. 유가 하락은 3~4개월 시차를 두고 LNG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유가가 조금씩 회복 움직임을 보이지만, 한동안 계속된 저유가 기조에 따라 SMP 하락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발전업계,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가 유일한 희망이지만...
이처럼 발전업계 입장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 외에는 별다른 실적 개선 요인이 없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한전은 3분기에 여름철 냉방 소비 급증으로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곤 했다. 그럼에도 발전업계는 하반기 실적악화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특히 급전순위가 원전과 석탄발전 다음인 LNG발전소를 운영하는 민간발전사들이 큰 고민에 빠져있다. 수요 감소로 전력 예비율이 높아지면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석탄 발전소 위주로 전기가 생산돼 LNG 발전소는 발전 기회조차 받지 못해 전력 판매 기회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 제도나 요금체계 등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워낙 경기가 둔화된데다 SMP가 낮아지고 전력수요 자체가 줄어 도저히 흑자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전력수요와 무관하게 취약계층의 여름철 냉방 복지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전기요금 납부를 유예해주고 있다. 지원 대상은 주택용(비주거용), 산업용, 일반용 전기를 사용하는 전국 소상공인과 한전에서 정액 복지할인 혜택을 받는 가구다. 여기에는 장애인과 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이 포함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수급 상황과 별개로 취약계층은 기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에 폭염까지 겹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지원은 물론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전국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경기도 살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