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수장, 사회적 책임에 눈 돌린다…'ESG채권 발행' 봇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6.16 16:26

▲(왼쪽부터)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각 사 제공


[에너지경제신문=김아름 기자] 여신업계 수장들이 사회적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일례가 ‘ESG 채권’ 발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악재에 시달리는 시기, 금융사로서 사회·경제적 가치 증대에 힘을 쏟는 것과 함께 기업의 장기적 수익 창출에도 신경 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16일 여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카드사와 캐피탈사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G채권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공공 이익을 강조한 특수목적 채권으로, 주로 사회적 가치 증대와 취약계층 지원, 고용 창출, 친환경 개선,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의 지원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된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사람은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신한카드는 지난달 카드사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EGS 채권을 발행했다.

주관은 SK증권으로, 3년 만기 500억원과 5년만기 500억원 등 평균 1.51%대 금리로 구성돼 있다.

신한카드 측은 해당 채권으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고객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또한 사회적 가치 제고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인 등 영세사업자를 위해 1000억원 가량의 ESG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해당 채권은 신한카드와 마찬가지로 SK증권이 주관해 공모 방식으로 발행됐다. 3년 1개월 만기 채권 600억원과 4년 만기 채권 400억원 등이다. 이들 금리는 각각 연 1.492%, 1.615%로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민평금리는 민간채권평가회사 3곳에서 산정한 채권의 가격을 평균한 것이다.

KB국민카드 측은 이번 채권은 코로나19로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가맹점의 신용판매대금 조기 지급에 사용할 계획임을 나타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도 캐피탈사 최초 ESG 채권을 발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규모만 2300억원이다.

이번 채권은 2.5년∼10년 만기로 2.5년 시 1.462%, 3년 1.555%, 5년 1.753%, 10년 2.230%의 금리 조건이 있다.

현대캐피탈은 해당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금액을 현대·기아차의 친환경 차량 할부금융 서비스와 코로나19로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금융 지원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캐피탈 ESG채권 발행은 처음이 아니다. 정 부회장이 국내 ESG채권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앞서 지난해에도 현대캐피탈에선 5000억 규모의 원화 그린본드를 발행했으며 현대카드 역시 24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널리 쓰이게 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총 세 차례 발행으로 ESG채권 ‘정기 발행사’로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채권 발행을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여신사들이 ESG 채권 발행에 뛰어드는 이유로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감 및 중요도 등을 꼽고 있다.

오래 전부터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와 빈민 구제 등이 꼽히는 해결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까지 발생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부분 사람들이 기업의 수익 등에 관심을 집중했다면 이제는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아무리 큰 수익을 내도 사회적 문제 등을 외면하는 기업은 더는 성장하기 힘든 추세가 되는 것이다"라며 최근 분위기를 읽었다.

그러면서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현재 국내 ESG 채권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라며 "기업 외 은행은 물론이고 여신업계까지 뛰어드는 환경이라면 ESG 채권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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