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아파트 중윗값 3억원 상승…최저임금으로 사려면 43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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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서울 아파트값 상승실태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이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이명박(-3%)·박근혜(29%) 정부 때를 크게 능가하는 수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간 서울 아파트 중윗값은 6억600만원에서 9억 2000만원으로 3억1400만원 뛰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KB주택가격 동향(2008년 12월 자료부터 제공)과 한국은행, 통계청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각 정권 출범 첫 달과 마지막 달의 서울 아파트 중윗값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2008년 12월∼2013년 2월)에서는 1500만원 하락(-3%)했고,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에서는 1억3400만원(29%) 오르는 등 두 정권에 걸쳐 26%의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에 따른 불로소득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약 155조원과 493조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약 35조원이 감소했다.
전국 아파트 중윗값 상승률은 이명박 정부 때 6%, 박근혜 정부 27%, 문재인 정부 20%였다.
아파트 중윗값이 오르면서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났다. 각 정권 때 최저임금으로 중위 가격의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각각 38년과 37년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4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며 3년간 최저임금을 가장 많이 인상했으나 서울 아파트값이 3억원 넘게 오르는 바람에 최저임금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저소득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일은 전임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4분기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문재인 정부 임기 초의 41년에서 작년 말 72년으로 31년이나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임기 초 48년에서 임기 말 35년으로 13년 줄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35년에서 41년으로 6년 늘었다.
반면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 가구를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을 때 서울 아파트 구매에 걸리는 시간은 이명박 정부(임기 초 7년→임기 말 6년), 박근혜 정부(6년→7년), 문재인 정부(8년→10년)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경실련은 "정부가 진정으로 집값을 되돌릴 의지가 있다면 무분별한 대규모 개발정책을 중단하고 근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부동산 불평등 실태를 드러낼 수 있는 정확한 통계체계부터 구축하고 선분양제 도입과 분양가 상한제 의무화를 통해 기존 집값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낮게 조작된 공시가격에 의한 종부세 인상 및 양도세 강화나 대출규제 강화 정책의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공시지가를 2배 이상 인상하고, 임대사업자로 포장한 투기세력에 대해 기존 세제 특혜를 모두 박탈하고 기존 대출도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