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 후 집값 급등 등 곳곳서 부작용
종부세 강화로 주택시장 안정 기대 어려워
서울 공급 확대 시그널 제시해 불안 없애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오르는 집값과 정작 규제로 인해 서민 실수요자도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이번주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6·17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 오히려 매매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문재인 대통령이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추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울 주택 공급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이 나오지 않으면 대책의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근본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2·16 대책과, 6·17 대책의 후속 입법을 빠르게 추진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면서 "각종 공제 축소 등 종부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추가 조치를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확실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금융 정책, 공급 대책에 대한 종합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추가로 나올 대책은 △보유세 강화 △무주택 청년 내집마련 기회 확대 △수도권 주택 공급 등이다. 그러나 추가 대책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3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6·17 부동산 후속 조치가 ‘효과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49.1%에 달한다.
종부세율 인상은 이미 9·13 대책으로 시행되고 있고, 법인의 주택 보유도 개인에 비해 턱없이 적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무주택 청년 내집 마련 기회 확대는 집값 안정화하고는 무관하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역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해 5월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이 발표됐지만 집값 안정화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 채 1·2기 신도시 주민들과의 갈등만 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및 고밀도 개발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택공급사업을 죄악시하거나 문제제기할 게 아니라 임대사업자가 시장에 미치는 순기능을 인정해야 한다"며 "재개발·재건축을 억누르지 말고 공급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 안정화의 관건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에 새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이게 어렵다면 서울 내 개발제한구역을 일부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면 집값 잡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 역세권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장기적인 효과는 없다"면서 "투기 수요 차단이 아닌 공급 확대로 집값 안정을 꾀하려면 규제 완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1번째 대책이 나왔지만 공급과 수요의 엇박자만 초래해 집값을 자극했다"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급을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건설주택포럼·한국주택협회 주최 정책세미나에서 "고밀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게 서울 집값 대책의 핵심"이라며 "서울 아파트 단지 용적률을 현행 대비 50% 상향조정하는 것이 최적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펼치고 있는 도심 역세권 주택 공급 확대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앞서 박 시장은 역세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직접 부지를 사서 사업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박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를 거부한 대신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재건축 아파트 층수는 35층으로 묶어 놓으면서 역세권 용적률을 상향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