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부터 박원순까지...정치인들 잇단 비극, 공통점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10 19:50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보를 계기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대중 정치인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부터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 등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들 중 상당수는 수사 대상이 된 후 겪게 되는 사회적 이목과 비판에 따른 고충을 이기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시장에 앞서 가장 최근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정치인은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정 전 위원은 지난해 7월 유서를 남긴 채 집을 떠난 뒤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은 의원 임기를 마친 뒤에도 방송인, 시사평론가, 가수, 음식점 사장 등 여러 분야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으나 오랜기간 앓은 우울증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7월에는 한국 진보정치의 아이콘이었던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김동원 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노 전 의원은 2015년 4월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이 경남기업 회장 시절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일 ‘성완종 리스트’로 불리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 전 의원은 유서에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문장을 남겼다.

2004년에는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1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박태영 전 전남지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한강에 투신해 유명을 달리했다.

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된 박 시장은 ‘성추행 피소’라는 중압감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비서는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을 경찰에 고소했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여러 성폭력 사건을 맡아 피해자를 변호해왔고,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며 줄곧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했던 만큼 누리꾼들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를 끌어내 인권변호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범죄임을 인식시킨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다. 1993년 소송 제기 후 약 6년 만에 피해 여성의 승소로 일단락됐다. 박 시장은 이 사건의 공동 변호인단 중 한 명으로 소송을 주도했다. 그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취임 후에는 서울시의 성평등 정책, 여성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모든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목표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다. 2012년 ‘여성의 날’을 맞아서는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을 발표하고 "서울 여성들이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권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에는 성평등 문제 등에 관해 시장을 보좌하는 특별 직위로 ‘젠더특보’를 시장실 직속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될 경우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자신의 일생이 부정될 수 있다는 중압감이 박 시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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