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74돌···한글 제품명은 ‘멸종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09 08:50

▲숭례문 이미지.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574번째 한글날을 맞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제품·서비스명으로 영어 등 외래어를 선호하고 있다. 우리말과 외래어를 조합한 이름을 택했지만 표기법은 영어를 고집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9일 경재계에 따르면 한글 이름이 자취를 감춘 대표적인 업종은 자동차다. 1990년대 쌍용차 ‘무쏘’, 대우차 ‘누비라’, 삼성차 ‘야무진’ 등이 도로 위를 달린 게 마지막이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대표 모델의 이름은 대부분 외래어에서 따왔다. 최근에는 영어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해 차량의 특징을 알리는 ‘알파뉴메릭’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기아차 K3· K5·K7 등이나 제네시스 G70·G80·G90가 대표적이다. 수입차 중 일부는 해외와 국내 판매명이 다른 경우가 있지만 한글을 사용한 사례는 없다.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1990년대 삼성전자 ‘다맛’, LG전자 ‘김장독’ 등이 눈길을 잡았지만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제품은 ‘딤채’(김치의 옛말) 정도다. 세탁기 이름에 ‘공기방울’, ‘손빨래’ 등을 사용하던 것도 20여년 전 얘기다.

고급 한방 화장품 이름에는 한자가 주로 사용된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雪花秀)’, LG생활건강 ‘후(后)’ 등이 있다. 다른 화장품들도 한글보다는 영어 같은 외래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콜마가 ‘한글 화장품 공모전’을 펼친 적이 있긴 하지만 11년 전 일이다.

건설 업계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친숙한 아파트 상호명은 대부분 외래어로 지어졌거나 표기되고 있다. GS건설 자이, 삼성물산 래미안, 대우건설 푸르지오 등이 대표적이다. 한화건설은 작년 브랜드명 ‘꿈에그린’을 외래어인 ‘포레나(FORENA)’로 바꿨다.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 내 이미 한글로 표기된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작업이 자주 진행된다고 전해진다.

한편 특허청은 574돌 한글날을 앞두고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로 ‘잘풀리는집’과 ‘비비고’를 선정했다. 잘풀리는집은 미래생활이 휴지 제품에 붙인 상표다. 비비고는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식품 시장 공략을 위해 사용 중인 이름이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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