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눈] 임대인 배려는 없는 임대차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14 16:25

건설부동산부 권혁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에는 공공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과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포함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김정숙 영부인이 청약저축에 가입하자 "청약저축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기 위한 제도니 우리처럼 집이 있는 사람들은 가입해선 안된다"고 화를 냈던 일화로 유명했다. 그만큼 친서민적인 대선후보로 꼽혔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시 임대료 상승 부담이 크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았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해마다 뛰는 전셋값을 안정시키고, 2년 마다 이사를 다녀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세입자를 지키자는 의도로 제안됐다.

두 공약 모두 취지는 매우 좋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임대인들은 2년치 전세금 인상분을 요구했다. 월세도 크게 뛰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자 시장에 물건이 없어졌다. 전세를 빼려던 임차인은 계약을 연장했고, 임대인이자 임차인이었던 집주인은 자신이 들어가 살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냈다.

취재를 나가보면 모두 "부작용이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취지와 달리 전세시장은 씨가 말랐고, 늘어난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서울 중심에서 외곽으로, 외곽에서는 서울 밖으로 밀려났다. 물건이 없어 집도 보지 않고 계약부터 한다는 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 등 17인이 낸 새 임대차법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주거안정기간’을 두고, 이 기간에는 임대인이 계약 갱신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말 그대로 ‘무한 거주’가 가능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무조건 ‘전세 낀 매물’로 등록해야 할텐데, 이런 집을 사는 사람은 ‘갭투자’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임대차법이나 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임차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한 자유주의경제 사회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간섭과 통제보다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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