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책임론' 도마 위…국감 후에도 '사모펀드 블랙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25 08:50

23일 종합 국감서 금융위·금감원 사모펀드 사태 집중 추궁

"책임지겠다" 밝힌 은성수 위원장…금감원 직원 직접연루 부인한 윤석헌 원장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등 환매연기 펀드 관련 조사도 촉구

▲윤석헌 금감원장(왼쪽부터)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받고 있다.


정·관례 로비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 수장들은 또다시 여야 의원들의 공세를 받았다.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사모펀드 사태가 지금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사전에 막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했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임한 만큼 하등의 부끄러움은 없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한 제재 수위가 결정되고 있는 데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실사 결과도 다음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이밖에 환매 연기된 사모펀드들이 줄을 잇고 있어 금융권은 한동안 ‘사모펀드 블랙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사모펀드 '책임론' 질타…은성수 "무거운 책임감, 책임지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날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금감원에 대한 종합 국감에서는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에 사전에 경보 발령을 했으면 사모펀드 사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지나고 보니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누구도 책임자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라임·옵티머스 피해자 앞에서, 사태가 터질 때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스스로 물었다"며 "20대 국회 정무위 위원으로 부끄럽고 송구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에 은성수 위원장은 "해외파생상품(DLF·DLS) 사태부터 시작해 사모펀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저도 가슴이 먹먹하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책임을 지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겠지만, 더 열심히 해 예방하고, 다 끝난 후에도 잘못한 게 있으면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사기펀드 업체 옵티머스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국민 사기를 치는데 금융당국에서 전혀 적발하지 못한 상황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전파진흥원 투자와 관련해 자체감사를 했고 불법사실은 수사의뢰를 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기구인 금융위가 과기부도 하는 일을 왜 하지 못하나"고 질타했다.

이에 은 위원장이 "과기부는 거래를 해 (부실을) 확인했고, 우리는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책임있는 답변을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 위원장은 "최고책임자로서 당연히 책임을 지겠다. 앞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다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회피할 생각은 없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하겠다"고 대답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의혹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금감원이 옵티머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을 당시 옵티머스에 영업정지를 내려야 했으나, 대주주 승인을 내린 점을 문제 삼았다.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성 의원은 윤석헌 원장이 문제를 인식하고도 감사를 하거나 검찰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는 점을 추궁했다.

이에 윤 원장은 "퇴직 직원이 연루됐거나,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원들 등 간접적인 증거만 있다"며 "직접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루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저희가 가진 역량과 제도적인 수단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임했다. 하등의 부끄러움은 없다"며 "단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좀 더 소요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큰 문제로 비화된 것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 "라임 제재, 책임전가 목적이냐…디스커버리펀드 등 철저히 조사해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감원이 최근 라임자산운용 등록취소 제재를 내리고,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에 원금 100%를 반환하라고 권고한 것과 관련해 ‘뒷북 제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라임 관련 징계가 금감원 책임을 전가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민원을 해소해 덮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금감원에서 제2의, 제3의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을 막기 위해 사후 조치를 어떻게 할 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윤석헌 원장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은 전혀 아니다"며 "앞으로 지적하신 (사후 관리) 문제들에 대해서도 (라임 제재 등으로) 예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외 환매가 연기된 디스커버리 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등도 사기성이 다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원들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디스커버리 펀드가 같은 펀드를 쪼개 판 ‘시리즈 펀드’라며, 라임 펀드와 같은 100% 원금 보상을 권고해야 한다고 윤 원장을 추궁했다. 윤 원장은 "취지는 동의하는데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하나은행에서 집중적으로 팔린 이탈리아헬스펀드도 불량채권을 많이 매입해 사기성이 매우 짙다고 지적하며, 사기펀드인 것이 확인되면 100% 보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원장은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100% 계약 취소로 걸었고, 계약 시점의 문제가 있다"며 "사기로 보는 건 형법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여러 가지를 들여다 보겠다"고 했다. 또 해당 펀드를 판매하고 현재 싱가포르에 체류하고 있는 하나은행 전 직원도 함께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 원장에 따르면 옵티머스 실사 결과는 11월 중 발표된다. 금감원은 실사 결과와 법률검토 등을 거쳐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쟁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디스커버리,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등 잇따른 환매 중단 펀드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계획이라,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인한 금융권의 진통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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