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시행 후 같은 단지라도 가격 차이나
실입주 물건 매입 후 고가에 전세 놓는 집주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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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이후 전세를 안은 매물과 집주인 실거주가 가능한 매물이 같은 단지라도 최대 수억 원 이상 호가가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과천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윤민영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전세 낀 매물 샀다가 나중에 세입자가 퇴거를 안하면 집주인은 실입주를 못하게 된다. 세를 놓더라도 나중에 전세금을 올려 받으면 되니까, 비싸더라도 당장 실입주가 가능한 매물을 찾는다." (서울 서초구 A공인중개사)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시세보다 비싸더라도 집주인이 직접 거주할 수 있는 매물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라도 실입주가 가능한 매물이 세를 낀 매물보다 비싸게 매매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값이 비싼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매매가격이 1억원에서 3억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호가는 집주인이 사는 매물과 세입자가 사는 매물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고가 아파트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추세지만 새 임대차법이 실입주 가능한 매물의 희소성만 높이고 있다. 전세를 안고 있는 매매 매물은 이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대에 형성돼도 문의가 드문 반면 전세가 없는 매매 물건은 수억 원 이상 비싸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의 경우는 현재 호가가 28억원에서 32억5000만원으로 최대 4억5000만원의 시세 차이가 난다. 해당 평형대 실거래가는 지난 8월 32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전세 세입자가 있는 매물은 이 보다 수억 원 이상 떨어진 매물로 나온 것이다. 반대로 실거주가 가능한 매물은 신고가로 호가가 형성됐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호가는 현재 15억5000만원부터 18억3000만원 사이다. 해당 평형대는 지난 8월 17억15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되며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1억원이 넘게 떨어진 매물이 나왔음에도 더 비싼 실거주 매물에 문의가 더 많다.
마포구 B공인중개사는 "기존 세입자를 낀 매물은 전세금을 많이 못 올리니까 문의가 별로 없고, 집주인이 살고 있는 매물은 집은 보지도 않고 기다리겠다는 인원이 하루에도 수십명이다"면서 "실입주 가능한 매물을 계약한 후 그 시세를 반영해서 전세를 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뿐만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나타난다.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지난 9월 19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는데, 현재 호가는 19억∼21억원이다. 20억원 미만의 매물은 예외 없이 전세를 안은 매물이다.
김포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도 세를 안고 매매할 경우 6억5000만원이면 가능하지만 실거주를 하려면 8억∼8억9500만원을 줘야 한다. 해당 평형대 매매 최고 거래가는 지난 10월 7억4800만원으로, 세입자가 사는 매물은 1억원 가량 시세가 낮지만 집주인이 거주하는 곳은 최대 1억5000만원 가량 비싸다. 비싸더라도 그만큼 전셋값을 올려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세입자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과천의 C공인중개사는 "실입주가 반드시 필요한 매수자들은 다소 비싼 가격에도 계약을 하려 한다"면서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만 오르는 게 아니라 매맷값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