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저탄소 발전전략(LEDS) 맞추려면 국내 제조업 붕괴"

김민준 기자 2020-10-26 16:08:50

철강·석화·반도체 등 5대 업종 26일 LEDS 산업계 토론회
"철강·석화·시멘트 3개 업종 전환비용만 최소 400조원 달해"
"저탄소 사회 전환비용 추정하고 재원마련 대책 논의 필요"

▲26일 오후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5대 협회 관계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2차 산업계 토론회’를 열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이 정부 초안대로 추진될 경우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3개 업종의 전환 비용만 무려 40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업종협회는 26일 공동으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제2차 산업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2차 토론회는 지난 17일 국민토론회에서 공개된 내용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보완과제를 제안하기 위한 취지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지금 수준의 대책으로는 국내 제조업의 생존이 위태롭다며 저탄소 사회로 전환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추정하고 재원마련 등의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 발표자로 나선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정부 초안대로 추진될 경우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만 400조원에 가까운 전환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여기에 수명이 남은 기존 설비의 매몰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비용은 훨씬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은 2050년까지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올해까지 수립해 유엔(UN)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미국, EU, 일본 등 19개국이 LEDS 계획을 수립해 제출한 상태다. 파리협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맺은 협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대국민토론회에서 산업부문의 전환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등을 제시하는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민동준 연세대학교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과도한 비용부담은 결국 국내 기업이 이룬 원가경쟁력을 무너뜨려 고용 감소는 물론 제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산업 등은 자동차, IT, 건설 산업 등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소재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력 저하는 국내 제조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조업 비중이 2번째로 높은 국가로 다른 국가들보다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EU는 독일을 제외하면 제조업 기반이 약해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며 "미국, 중국, 일본 등 제조업에서 우리와 치열하게 경쟁중인 국가들의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영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제조업 기반이 약한 EU의 경우도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향후 10년간 130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면서 "2050 LEDS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간의 소통·협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 LEDS 정부안을 마련하고, 올 11월 공청회를 거쳐 12월까지 UN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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