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못 막는다…금융그룹 '호실적' 릴레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26 17:12

KB금융 3분기에만 1조 이상 순익…비은행 효과에 리딩금융 눈앞

하나금융, 비은행 약진…우리금융, 분기 성적 1년 전 수준 회복

순위 다툼 박빙…리스크 걱정은 커져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사진=각사)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금융그룹사에 미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금리 인하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금융지주들은 3분기에 깜짝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실적 발표를 한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물론 26일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그룹도 3분기 양호한 성적을 냈다. 저금리, 충당금 부담 속에서도 비은행 부문에서 약진하며 그룹 전반의 순이익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 KB금융, 3분기 순익 1조 돌파…리딩금융 등극 '성큼'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저금리 여파, 펀드시장과 해외시장 침체, 충당금 부담 등 악조건 속에서도 금융그룹들은 호실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877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7%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리딩금융 등극도 넘볼 수 있는 규모다. 특히 3분기 순이익은 1조1666억원으로, 분기 기준 1조원 달성이란 결실을 맺었다.

KB금융의 순이익이 확대한 것은 비은행 부문 성장에 기인한다.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882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2%, 3분기 순이익은 6356억원으로 9.4% 모두 감소했다. 은행업의 경우 올해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올해 ‘빚투’, ‘영끌’ 붐이 불면서 증권 부문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투자금융(IB) 수수료도 약 290억원 늘어나 KB금융의 3분기 누적 증권업수입수수료는 588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3.2%나 늘었다. 이에 따라 순수수료이익은 2조1705억원으로 같은 기간 26.4% 증가했다. KB증권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38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0.6% 확대됐다. KB금융 관계자는 "금리하락으로 은행업 수익성에 부담이 되는 시기에, 증권의 브로커리지수수료 확대와 IB 부문 실적 개선으로 그룹의 이익체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푸르덴셩생명 편입 효과도 반영됐다. 3분기 푸르덴셜생명이 거둔 순이익 111억원이 그룹 순이익에 포함됐다. 이밖에 KB국민카드(2552억원), KB자산운용(394억원), KB캐피탈(1148억원) 등이 골고루 성장했다. 반면 KB손해보험(1866억원)은 20.2%, KB생명보험(92억원)은 49.5% 각각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 하나금융, 비은행 모두 성장…우리금융, 3분기 전년 수준 회복


하나금융은 3분기까지 총 2조106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전에 비해 3.2% 성장했다. 3분기 순이익은 7601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8367억원에 비해서는 9.1% 줄었다. 상반기까지 지난해보다 높은 순이익을 내며 1년 전에 비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의 순이익도 비은행 부문이 이끌고 있다.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654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6% 줄었다. 반면 비은행 부문은 모두 약진했다. 주식투자 열풍 덕에 하나금융투자 3분기 누적 순이익(2880억원) 또한 1년 전에 비해 36.2% 늘었다. 증권중개수수료(1520억원)에서만 90.6% 증가했다. 다른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캐피탈(1271억원) 65.2%, 하나카드(1144억원) 129.6%, 하나자산신탁(657억원) 37.0%, 하나생명(257억원) 49.1% 등으로 모두 전년 동기보다 성장했다.

3분기 비은행부문 기여도는 31.3%까지 높아졌다. 하나금융 비은행부문 기여도는 올해 1분기까지 10∼20%대에 머물다가, 상반기 말 30.3%로 늘어난 후 3분기에도 커졌다. 3분기까지 수수료이익은 1조6884억원으로 6.1% 증가한 반면, 이자이익은 4조3312억원으로 0.3% 줄었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140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1.6% 감소했다. 단 3분기 순이익은 4798억원으로 1년 전(486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전분기(1423억원)에 비해서는 238%나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2분기까지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는데, 3분기 들어 어느 정도 해소된 모습이다. 단 우리금융의 경우 3분기 누적 이자이익(4조4280억원)은 0.2% 늘어난 반면, 비이자이익은 6950억원으로 18.5% 줄어 증권사·보험사 등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한 비은행 부문 강화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 신한금융 27일, 농협금융 29일 실적 발표…건전성 우려는 여전


신한금융그룹은 27일, NH농협금융그룹은 29일 각각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은 KB금융과 리딩금융 자리를 다투고 있어, KB금융과 같이 분기 1조원 수준의 순이익을 거둬야 리딩금융 수성 가능성이 커진다. 농협금융은 상반기까지 우리금융을 제치고 4등 금융그룹사로 뛰어오른 상태다. 3분기에도 지금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금융그룹사들이 비은행 실적을 바탕으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건전성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대규모로 풀었던 대출 만기가 내년 초부터 돌아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대폭 늘어난 대출 리스크는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건전성 리스크는 후행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현 지표만 보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며 "경기 침체 여파가 금융사에 전이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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