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네이버, 한국판 ‘아마존·마블’ 될까

여헌우 기자 2020-10-27 15:33:05

6000억원대 지분교환 ‘혈맹’ 구축···이커머스·콘텐츠시장 판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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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CJ-NAVER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좌)와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총괄(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CJ그룹과 네이버가 6000억원대 주식을 교환하며 ‘혈맹’을 맺자 이커머스·콘텐츠 업계 등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공룡 기업’으로 불리는 양사간 동맹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사들은 상황을 긴장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 CJ-네이버 6000억원대 지분 교환···공동 펀드 조성해 투자도

27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과 네이버의 결합은 시장에서 ‘한국판 마블’ 또는 ‘한국판 아마존’을 탄생시킬 수 있는 빅딜이라고 본다. 각각 문화·물류, 플랫폼·이커머스를 선도해 온 1위 기업들이 만났기 때문이다.

CJ와 네이버는 전날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고 6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각각 1500억원, CJ대한통운은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네이버와 교환한다. CJ ENM과 CJ대한통운은 자사주 매각, 스튜디오드래곤은 3자배정 유상증자(신주발행) 방식을 취하고, 네이버는 각 상대방에 같은 금액의 자사주를 매각한다.

양사 간 제휴는 콘텐츠와 커머스 부문 전방위에 걸쳐 진행된다. 콘텐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 가능성이 큰 웹툰의 영상화권리(IP) 확보 및 영상화(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에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가 공동으로 투자한 프리미엄 IP 중 일부를 CJ가 우선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고(高)부가가치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공동 펀드도 만들어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한다.

CJ ENM에서 최근 분사한 티빙(TVING)도 국내 대표 OTT서비스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티빙-네이버 멤버십 간 결합상품 출시 등 가입자 확대를 위한 협력을 추진하는 동시에, 네이버가 티빙 지분 투자에도 참여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맞설 수 있는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물류 분야에서는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 서비스가 네이버의 전략적 파트너로 본격적으로 나선다. 양사는 시범적으로 추진하던 e-풀필먼트 사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물류 인프라 공동 투자 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는 최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e커머스 쇼핑·물류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물류 관련 기술개발에도 상호 협력해 수요 예측, 물류 자동화, 재고배치 최적화,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의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한층 정교화해 스마트 물류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CJ 최은석 경영전략총괄은 "이번 제휴는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두 기업이 만나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개방적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국내 물류·엔터테인먼트 1위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국내외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를 제공해 나가고자 한다"며 "네이버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색다른 서비스와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협력 아닌 혈맹···유통가 후폭풍 ‘예의주시’

이커머스나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거나 향후 새 먹거리로 인식하고 있는 기업들은 CJ와 네이버가 손을 잡은 상황을 긴밀히 살피고 있다. 특히 단순 협력이 아닌 주식을 교환하는 ‘혈맹’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온라인 쇼핑과 물류 서비스를 함께 진행해 강점을 지녔던 쿠팡 등이 일단 사정권이다. 온라인 쇼핑 1위 네이버와 물류 1위 CJ가 만난데다 양사가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꿈꾸는 쿠팡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뒤늦게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어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롯데, 신세계 등은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네이버가 ‘로켓 배송’과 같은 시스템을 갖추려면 마찬가지로 재고 관리 부담이 따라붙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CJ·네이버가 어떻게 찾아낼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비대면 시대 콘텐츠 사업 역량에 총력을 쏟던 기업들도 이번 ‘빅딜’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최근 디지털 콘텐츠 케이블 TV를 개국한 샌드박스나 카카오TV 콘텐츠 차별화에 공을 들이던 카카오 등이 대표적이다. CJ와 네이버의 제휴는 단순히 ‘제2의 기생충’을 탄생시키는 것을 넘어 고객을 가둬두는 대형 플랫폼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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