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스윈드(주)-풍력타워 해외수출 신화를 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0.05.27 11:03

‘변화와 도전’일군 성공

7년, 세계 1위 풍력타워업체로 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



세계 1위 풍력타워 업체가 국내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처음부터 철저한 글로벌마케팅전략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씨에스윈드. 글로벌 증권계에서는 이미 그린비지니스 업종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회사 중 하나로 주목받은 바 있다. 2006년 6억원에 불과하던 당기순이익은 2008년 1486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10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철구조물 생산업체가 세계 1,2위 풍력발전기 생산업체의 베스트 파트너로 당당히 서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말 충남 천안에 있는 씨에스윈드 본사를 찾았다.

# 김 회장이 베스타스에 간 이유

2003년 화력발전소 굴뚝 같은 철구조물을 만들던 중산정공 김성권 회장은 세계 1위의 풍력발전기 생산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Vestas)’ 사무실을 찾았다. 회사이름도 ‘씨에스윈드’로 바꾸고 무작정 도전장을 내민 것.

“15년 동안 철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풍력발전기도 결국은 철로 만드는 것 아닙니까. 아직 풍력발전기용 풍력타워(wind tower)를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맡겨만 주면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합시다.” 2003년 말 당시 베스타스는 전 세계 풍력발전소 시장의 38%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간을 줄테니 시험 삼아 54개의 풍력타워를 만들어 보세요.” 세계 1위 베스타스가 경험도 없는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에 풍력타워 생산을 의뢰한 것이다. 문제는 이제 어떻게 납기일에 맞춰 평생 처음 만들어 보는 풍력타워를 생산해 내는 일이었다.

김 회장은 베트남에 풍력타워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공장 짓는 일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공장 부지는 비가 오면 발이 푹푹 빠졌고, 공장을 짓는 도중에 태풍이 불더니 시설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공장만 짓는데도 상당한 기간이 지났다. 결국 약속한 날까지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김 회장은 눈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도 없었다. 늦었지만 하나라도 더 풍력타워를 만드는 수밖에. 김 회장을 비롯해 전 직원이 24시간 매달렸다.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생산에만 매달렸다. 납기일이 지나자 베스타스에서 직원이 왔다. 처음에는 왜 약속을 지키지 못했느냐며 따지려던 그들은 김 회장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위기는 기회로 바뀌었다. 베스타스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자기네 회사에만 풍력타워를 만들어달라는 독점 계약을 제안했다.

씨에스윈드는 세계 1위 베스타스와의 장기 계약을 밑거름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2007년에는 중국에 제2공장을 설립했다. 이어 세계 2위 풍력발전소 생산업체인 독일의 ‘지멘스(Siemens)’를 새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씨에스윈드는 2004년 첫 풍력타워 생산을 시작한 뒤 2007년 말까지 미국과 아태지역에 980개 이상의 풍력타워를 납품했다. 씨에스윈드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2006년 6억 원에 불과하던 당기 순이익은 2007년에 75억원, 2008년에 29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08년 매출액은 2007년 보다 무려 4배나 높은 1,486억원을 기록했다. 씨에스윈드는 해마다 10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씨에스윈드와 한번 계약을 맺은 기업들은 또다시 이 회사를 찾았다. 베스타스와 지멘스는 2009년에도 씨에스윈드와 5년간 장기 계약을 맺었다. 씨에스윈드는 연간 1,000개 이상의 물량을 확보했다. 이들 기업이 계약한 물량을 구입하지 못하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기로 할 만큼 계약 조건도 파격적이다. 이 계약만으로도 씨에스윈드는 향후 5년간 2,500억원의 매출을 확보했다.

2009년 현재, 씨에스윈드는 매년 2,000여개 이상의 풍력타워를 생산해 전량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적인 풍력타워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 ‘동네슈퍼냐 톱글래스냐’

무엇보다 씨에스윈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파고든 점이다. 엄흥준 씨에스윈드 사장은 마케팅 성공 비결로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전략을 첫 손에 꼽는다.

“풍력은 시장의 99%가 유럽과 미국에 있는 글로벌 산업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핵심역량을 여기에 맞추고 현지생산체제를 시작했습니다. 3개의 생산공장이 모두 해외에 있죠” 엄흥준 사장은 처음부터 시장의 특성을 캐치해 글로벌라이제이션 전략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거래기업 선정도 깐깐하다. 지금까지 거래해 온 기업을 보면 풍력발전 업계에서 세계 10위 권에 속한 기업들이다.

엄 사장의 전략은 이렇다. “이미 전 세계에 너무나 많은 풍력타워 생산업체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면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익도 적고 일관성 있는 품질을 내기도 어려워요. 누구나 고객이 되는 ‘동네 슈퍼’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고객은 많지 않지만 세계 최고 기업들하고만 거래하는 ‘톱클래스’가 될 것인가. 우리는 과감하게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이런 전략도 기술력과 최고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풍력타워는 대량생산 체제가 아니다. 회사마다 규격이나 요구하는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수제공정’을 따른다. 100m 높이의 풍력타워를 세워놓고 20년이 지나도 끄떡없도록 만들려면 품질관리도 남달라야 한다. 씨에스윈드의 풍력타워는 바닥부터 위까지 100m 높이에 편평도가 불과 0.2mm에 불과하다. 기울기도 제로에 가깝다.

품질은 이미 정평이 났다. 지난 2009년 5월 베스타스 Management Assessment가 덴마크 본사를 비롯해 국내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품질평가에서 씨에스윈드의 베트남 현지 생산법인이 최고 평가를 받았다. 가장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은 바로 ‘용접 기술’. 씨에스윈드는 경기가 어려울때도 베트남이나 중국현지 인력까지 한명도 해고하지 않고 교육훈련을 제공했다.

특히 풍력타워 제조에 핵심 인력인 용접사들이 세계적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능력있는 용접사들이 중국과 베트남에 각각 250명씩 있다. 엄 사장은 “풍력타워 생산이 쉬운 것 같지만 굉장히 어렵습니다. 타워 안에 수백 수천 가지 공정이 들어가는데, 단 하나의 오차도 없어야 합니다. 고객사 입장에서 보면 공급처가 많지만 믿을 만한 곳과 일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베스타스나 지멘스 같은 일류 기업이 씨에스윈드를 하청업체가 아닌 ‘파트너’라고 부른다. 씨에스윈드는 지난 2007년 12월에는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5,000만달러(472억원)의 전략적 지분투자를 받기도 했다. 풍력타워로 새 사업을 시작한지 4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씨에스윈드는 지금의 성장에 안주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성장해 온 비결도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 때문일지 모른다.

2007년 골드만삭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으면서 변화는 불가피했다. 우선 전통적인 가족경영 체제부터 바꿨다. 김성권 회장은 당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던 엄홍준 사장을 영입하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08년 도입한 ‘린 식스 시그마(Lean Six Sigma)’가 대표적이다. ‘린’은 현장의 창의적 지혜를 통해 모든 프로세스에서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는 것이다.

# 또다른 도전을 꿈꾼다

이와 함께 2009년부터는 새로운 품질관리시스템(Quality Management System)을 실시 중이다. 책임과 권한, 개선, 협의 구조 등 총 7개 항목의 핵심목표를 설정해 구축활동을 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토대를 닦기 위해 인사·조직관리 시스템도 혁신했다. 직원들끼리 주고 받는 문서도 모두 영어로 바꿨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았던 2009년에도 해외에만 3군데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큰 타격없이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았다. 엄 사장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을 비결로 꼽는다. “우리는 초기부터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글로벌라리제이션’을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생산법인은 모두 해외에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본사에서 모두 관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도입한겁니다.”

씨에스윈드는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풍력타워 분야 ‘토털 솔루션’ 업체로의 변신을 이미 시작했다. 엄 사장은 “풍력타워 안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회사를 묶고, 국제 운송을 담당하는 로지스틱 회사들을 묶고, 설치 이후 필요한 정비를 맡는 회사를 묶고, 말 그대로 풍력타워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가 다 도맡는 겁니다. 지금까지 이런 역할을 하는 업체가 없었어요. 그렇게 또 다른 시장으로 나아가는 거죠.”

씨에스윈드는 앞으로 5년 안에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정미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