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위, 시행령(안) 공청회서 산업계·시민단체 ‘의견 대립’
내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을 두고 정부가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벌써부터 산업계와 시민단체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 주재로 지난 17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배출권거래제 시행령(안) 공청회에서도 산업계와 시민단체는 각기 다른 시각으로 배출권거래제법을 풀이하며, 각자의 주장 펼치기에 바빴다. 산업계는 정부에 더 많은 편의와 완화를 요구했고, 시민단체는 더 이상의 기업 특혜는 자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산업계 “경쟁력 고려 도입 및 시행시기 신중해야”
산업계를 대표해 발언한 대한상공회의소 박태진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온실가스 배출권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제도 시행 초기 배출권 전면 무상 할당이 필요하며, 무상할당 기간 역시 2020년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공적인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위해선 국제 동향과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고려해 도입 및 시행시기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것. 또한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기존 2015년에서 2차기간인 2020년까지 100% 무상할당 하고, 3차 기간 이후 국제동향을 고려해 무상할당 비율을 다시 결정하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계(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와 석유·화학 및 철강 등 업종별 협회)는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시행령(안) 입법예고에 대해 청와대와 녹색위 등에 소관부처 참여 강화와 무상할당 기간 연장 등 주요 사안의 검토를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다. 산업계는 건의문에서 과도한 부담 전가를 우려해 현재 1차 계획기간에 한정돼있는 100% 무상할당을 2차 계획기간인 2020년까지 연장해줄 것과 조기감축 실적 및 다양한 상쇄 방식 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원장의 주장도 이와 일맥상통하다.
박 원장은 “성공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수”라며 “할당계획 등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는 민간이 함께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황진택 사무총장 역시 무상할당 기간 연장에 대해 “유상할당 비율은 2020년 포스트 교토 메커니즘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박 원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시민단체 “배출권 이월 등 기업 특혜는 자중해야”
시민단체를 대표해 환경정의 박용신 사무처장은 “온실가스감축 목표 30%중 산업은 단지 18%만 담당하고 있는데 기업이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건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용신 사무처장은 “2010년 기업별로 전기요금을 지원한 금액을 따져보면 삼성전자 1444억, 현대제철 760억 등 상위 10대 기업만 4300억원,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은 2조가 넘는다”라며 “이는 월 4만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4인 가구를 가정할 때 420만 가구에 대해 1년간 공짜로 전기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계가 더 완화해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어린애 같은 이야기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분석결과를 보면 수송부문이 34.3%로 가장 높으며 건물부문이 26.9%, 산업·발전은 26.7%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부문별 배출 비중을 보면 산업이 51.5%에서 2020년 감축 이후 오히려 53.4%로 비중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오는데, 이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보다 다른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줄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역시 산업계의 요구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 소장은 “기업의 요구가 제도 도입 취지를 흔들고 성공 요인마저 사전에 차단하려는 정도까지 나간다면 대단히 곤란하다”며 무상할당 기간 연장 등을 주장하는 산업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